美정부가 원하면 '스타링크' 오프?…머스크와 '안보거래' 파장 확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5일, AM 08:2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미국 정부가 일론 머스크(사진)의 스페이스X에 위성 통신망 ‘스타링크’ 서비스를 특정 국가나 세력에 켜거나 끄도록 수차례 요청해 온 사실이 전직 미 고위 당국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최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스타링크 접속 속도가 갑자기 제한되며 불거진 논란의 배후에 미국 정부와 머스크간 밀접한 외교·안보적 거래 관계가 자리 잡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로이터통신은 이날 전직 미 정부 고위 당국자 6명을 인용해 미 행정부가 해외 외교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 기업인 스페이스X의 위성망 통제권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의존해 왔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미 안보 당국은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테러 단체들이 우회 경로로 입수한 스타링크 단말기를 군사적 통신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스페이스X에 차단을 요청했다.

동시에 2022년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돼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시작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대와 우크라이나군 지원을 위해서는 스타링크망을 전격 개방해 달라고 머스크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이어지던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이란내 반정부 시위대와 정보 유통을 돕기 위해 스타링크 단말기를 이란 현지에 투입하고 서비스를 개방하도록 스페이스X와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이 머스크 개인과 단일 민간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군용 스타링크 체계인 ‘스타실드’와 일반 스타링크의 속도가 의도적으로 제한돼 전선의 드론 작전과 미사일 방어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고 폭로하면서 파장이 더 커진 상태다.

해당 조치와 관련해 머스크는 SNS를 통해 “스타실드 시스템은 미 정부가 소유하고 통제하며, 속도나 사용 제한은 미 군 당국과 최종적으로 미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직접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미 의회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제이슨 크로우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로이터통신에 “선출되지 않은 억만장자와 민간 기업이 미국의 국가 안보와 국익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위성 컨설팅업체 서밋 리지 그룹의 아르망 뮤시 대표도 “사업가여야 할 인물이 거대한 외교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자 위성망이 없는 우크라이나군이 전선 통신과 장거리 드론 조종에 스타링크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속도 제한 사태는 유럽 국가들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유럽 당국자들은 “머스크 통제하의 미국산 위성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 자체적인 군사 위성 통신망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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