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에서 열린 생활고 항의 시위 도중 충돌이 벌어지자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을 향해 물건을 던지고 있다.(사진=AFP)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시위에는 내무부 집계 41만명, 노동총동맹(CGT) 집계 80만명이 참가했다. 파리에서만 11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이날 저녁까지 10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같은 시각(385명)의 2.5배가 넘는다. 툴루즈와 클레르몽페랑에선 1명씩 중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약탈과 파손은 “극히 일부 도시에서만 일어났고 지난주와는 전혀 달랐다”고 누녜스 장관은 강조했다. 공공건물을 겨냥한 공격도 없었다. 그는 시위 구역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불시 검문해 폭죽 발사기, 사무라이 칼 등 불법 무기를 압수한 효과라며 “달라진 것은 17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전 대비”라고 말했다. 누녜스 장관은 지난 17일 사태 뒤 사전 대비가 부족했다고 인정하며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유임시켰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시위에 경찰과 헌병 7만명을 배치했다. 지난주보다 1만명 늘렸고, 장갑차와 드론, 헬기도 동원했다. 2023년 경찰 총격으로 10대가 숨진 뒤 폭동이 번졌을 때 투입된 4만5000명보다 훨씬 많다. 군 병력은 주요 시설 경비를 맡았다. 파리는 지하철역 20여곳이 문을 닫고 루브르·오르세 미술관 등이 휴관해 봉쇄된 도시를 방불케 했다.
충돌은 해가 진 뒤 시작됐다. 파리에선 행진 종착지인 포르트드뱅센에서 복면을 쓴 폭도 약 500명이 경찰과 맞섰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했다. 마르세유에선 시위대가 철판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경찰에 돌과 병을 던졌다. 보석상과 슈퍼마켓 등 상점 여러 곳이 약탈당했다. 남부 니스에선 극우 활동가들이 시위대를 습격했는데, 누녜스 장관은 이번 사태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생활고 항의 시위 현장에서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이 작전을 펼치고 있다.(사진=AFP)
당국은 100곳이 넘는 도시에서 통금을 실시하거나 위험 지역의 집회를 금지했다. 리옹과 니스는 시위를 전면 금지했다. 파리 경찰은 바스티유 광장에서 나시옹 광장으로 이어지는 행진을 승인했다가 23일 저녁 폭력 우려를 이유로 뒤집었다. 행진은 도심을 피해 파리 외곽으로 밀려났다.
주최 측과 야당은 집회의 자유를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시민의 자유가 실패한 정부의 조정 변수가 될 순 없다”고 비판했다. 파리 동쪽 교외에서 온 19세 학생은 “우리를 파리 변두리로 밀어내 안 보이게 하려 한다”며 “가난한 사람들한테 늘 하는 짓이다. 옆으로 밀어내 권력 중심에 있는 부자들이 성가시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교사 확충과 학습 환경 개선을 요구한 고교생 시위에서 시작돼,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항의하는 전국적 운동으로 커졌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뱅센에서 생활고 항의 시위 도중 충돌이 벌어지자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물건을 던지고 있다.(사진=AFP)
정치권도 들끓고 있다. 파리 행진에 함께한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지금 상황을 보면 그는 이런 일이 매주 반복될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아직 굴복할 시간은 있다. 그 뒤엔 나가는 문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달 5일부터 총파업이 벌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반사이익은 극우 국민연합(RN)이 챙기고 있다.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RN의 마린 르펜은 25일 중부 오를레앙에서 대선 선거운동을 공식 시작할 예정이다. 르펜은 이번 주 정부가 나라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RN 전당대회가 열린 오를레앙에선 이에 맞선 반대 집회가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5월 퇴임한다.
시위는 유럽 곳곳으로 번졌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선 에디 라마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을 쐈다. 벨기에 브뤼셀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도 경찰이 최루탄을 동원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최근 폭력 사태의 ‘주모자’로 지목된 30세 남성을 밀라노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동부 마르세유 생뱅상드폴 성당 앞에서 헌병대가 다목적 장갑차 '상토르'와 함께 생활고 항의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