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베팅' 나선 머스크…AI생태계 '절대강자' 될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5일, AM 10:51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일론 머스크(사진)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세기의 베팅’에 나섰다. 자신이 이끄는 우주·인공지능(AI) 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합병을 추진, 테크산업 역사상 전례 없는 초대형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성사시 기업가치 3조 5000억 달러(약 48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합병 법인이 탄생하게 된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최근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올 여름 상장을 마친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합병해 사실상 자신의 모든 사업을 단일 상장사인 가칭 ‘머스크 주식회사’(Musk Inc.)로 통합하는 안을 공식화했다.

이번 합병 구상의 핵심엔 머스크 CEO에게 걸린 천문학적인 성과 보상 패키지가 자리 잡고 있다. 향후 화성 영구 식민지 건설, 궤도내 AI 데이터센터 배치, 로보택시 함대 운영, 100만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 등 혁신적인 실적 목표를 달성할 경우, 기존 스페이스X(최대 5500억 달러), xAI(이전 생성형 AI 그록 운영사·최대 1500억 달러), 테슬라의 주식 보상 플랜(최대 1조 달러)이 모두 연동돼 총 규모가 무려 1조 7000억 달러(약 2300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과 시장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간 미국 중간선거 공화당 지원 활동으로 정계의 중심에 섰던 머스크 CEO는 이번 합병을 통해 다시 한번 기업 경영의 최전선으로 복귀했다. 딥워터 애셋 매니지먼트의 투자자 진 먼스터는 FT에 “이들이 추진하는 일은 미래를 정의하는 일로, 이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기업은 역사상 전례가 없다”며 “AI 인프라 확장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합병이 성과가 부진한 테슬라의 주가 부양을 위해 스페이스X의 성장 서사를 이용하려는 기회주의적 행보라고 꼬집는다. 테슬라는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로봇사업 지연으로 실적 부침을 겪고 있다. 전 테슬라 투자자이자 스페이스X 주주인 로스 거버는 “현재 거론되는 합병 가치는 그저 ‘거품’(puffery)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머스크 CEO는 이번 합병을 통해 테슬라 주주들과 지난 10년간 벌여온 소송전의 고리를 끊어내고, 스페이스X의 차등의결권(85% 지배력)을 바탕으로 통합 법인에 대한 압도적인 지배권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된다. 테슬라 이사회 측근은 FT에 “합병이 성사될 경우 머스크와 이사회를 괴롭혀 온 까다로운 주주 승인 절차 등 거버넌스 리스크를 해소하는 엄청난 부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참석해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참석해 있다. (사진=로이터)
다만, 이 같은 머스크 CEO의 야심 뒤에는 엄청난 자금 압박과 기술적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앞서 머스크 CEO는 내년 AI 데이터센터 건설 규모를 10GW(기가와트)로 대폭 상향 조정했는데, GW당 약 50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총투자 비용은 수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에는 테슬라 주주 과반 동의와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거대한 복합기업은 경영 집중도 저하와 자본배분 비효율을 이유로 시장에서 할인 평가를 받기 쉽다는 점도 변수다. AI 수요 둔화, 기업들의 AI 도입 병목, 컴퓨팅 가격 하락 가능성도 위협 요소다. 스페이스X는 원래 데이터센터를 자사 AI 서비스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단기 용량 부족으로 자체 AI 모델 학습이 지연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머스크 CEO가 그간 일부 자신의 비전을 실제 구현해 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합병은 그가 추진한 가장 큰 규모의 ‘AI 베팅’이자 ‘성패가 갈리는 도박’이라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아스바트 다모다란 뉴욕대학교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머스크가 이 막대한 AI 인프라 수요를 충실히 공급해 낸다면, 그는 다음 단계의 엔비디아와 같은 AI 생태계의 ‘절대강자’(Driver‘s seat)로 등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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