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중간선거 사전투표 첫날 유권자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간 의회 권력을 좌우할 연방 상·하원 의원과 수십 명의 주지사, 수천 명의 주정부 공직자를 선출한다. (사진=AFP)
공화당 소속으로 선출돼 선거 행정을 담당했던 리처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귀화 시민이 시스템에서 비시민권자로 잘못 표시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시민권자의 투표를 막는 것은 필요하지만, 검증 결과만을 근거로 합법적인 유권자의 등록을 취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귀화 시민도 ‘비시민권자’로 분류…검증 시스템 정확성 논란
SAVE는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서비스국(USCIS)이 운영하는 신분 확인 시스템이다. 원래 공공복지 혜택 신청자의 이민·시민권 상태를 확인하는 데 활용됐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이를 유권자 명부 검증에 적극 활용하도록 기능을 확대했다. 대량 조회를 허용하고 사회보장번호(SSN)를 통한 확인 기능도 추가했다.
문제는 시스템에 반영된 시민권 정보가 실제 유권자의 현재 신분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영주권자였을 때의 기록이 남아 있거나 다른 행정기관의 최신 시민권 정보가 제대로 연계되지 않으면 이미 귀화한 미국 시민도 비시민권자로 의심받을 수 있다.
실제 텍사스주에서는 SAVE가 비시민권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목한 등록 유권자 2724명 가운데 578명(21.2%)이 추가 확인을 거쳐 시민권자로 판명됐다. 이 중 506명은 최초 조회 당시 시스템에 반영되지 않았던 여권 정보가 추가되면서 시민권이 확인됐다.
다만 SAVE에서 비시민권자로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곧바로 투표권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유권자 명부에서 삭제할지는 주·지방 선거당국의 추가 확인과 관련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선거 90일 전 대규모 명부 정비 제한…법적 충돌 가능성
미국 연방 유권자등록법(NVRA)은 연방선거를 앞둔 90일 이내에 부적격 유권자를 걸러내기 위한 체계적인 유권자 명부 삭제 작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선거 직전 대규모 명부 정비 과정에서 적격 유권자가 잘못 삭제되고 이를 바로잡을 시간마저 부족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다.
다만 이 규정이 선거 전 모든 시민권 확인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 유권자에 대한 확인 등 허용되는 절차는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5일 SAVE 확대 운영을 막았던 하급심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가 개편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대법원은 선거 90일 이내 비시민권자 의심 유권자의 등록을 일괄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비시민권자의 연방선거 투표는 이미 불법이다. 그러나 실제 비시민권자 등록이나 투표는 전체 유권자 규모에 비해 드물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타주가 올해 206만여건의 유권자 기록을 점검한 결과 비시민권자로 확인됐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례는 52건이었다.
리처가 제기한 문제는 불법 투표를 막아야 한다는 원칙 자체가 아니다. 시민권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그 부담을 누구에게 지울 것인지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명부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정책과 정당한 투표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 사이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 State) 비즈니스서비스 건물 앞에서 한 유권자가 빼곡히 설치된 선거운동 표지판 사이를 지나 사전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