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싱가포르 지하 동굴에 원유 비축 추진…2027년 하반기부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6일, PM 02:47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싱가포르 지하 암반동굴에 자국산 원유를 저장하기로 했다. 호르무즈 해협 공급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 현지에 비축 거점을 마련하려는 조치로, 비축은 202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항에 정박한 원유·화학제품 운반선 ‘발드 맨(Bald Man)’. 이란을 둘러싼 미국-이스라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교통이 제한되고 있는 가운데 촬영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항에 정박한 원유·화학제품 운반선 ‘발드 맨(Bald Man)’. 이란을 둘러싼 미국-이스라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교통이 제한되고 있는 가운데 촬영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투자 전문 매체 인베스팅라이브(investingLive)에 따르면 사우디와 싱가포르의 에너지 담당 장관은 26일 싱가포르국제에너지주간(SIEW)에서 싱가포르 주롱섬 지하 암반동굴에 사우디산 원유를 저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싱가포르 에너지시장청(EMA), 주롱그룹과 양해각서(MOU)를 맺을 예정이다. 양측은 수개월 안에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다만 저장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계획은 비축 시점이 2027년 하반기여서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차질을 덜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가 아시아 등으로 운송되는 핵심 길목이다. 이 때문에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공급 불안에 대비한 비축 역량 확충이 과제로 꼽혀 왔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석유 거래·저장 허브다. 사우디가 싱가포르 지하 동굴을 활용하면 해협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아시아 수요처에 원유를 공급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지하 암반동굴은 지상 탱크보다 토지를 적게 쓰고 안정적으로 대규모 저장이 가능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서 비축 거점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산유국이 소비지 인근에 재고를 두는 방식은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안보 논의와 맞닿아 있다. 한국은 한국석유공사와 아람코가 공동으로 원유를 비축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산유국과 소비국이 비축 시설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향후 아시아 전반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앞으로는 MOU 체결과 세부 협상 결과가 관건이다. 저장 규모와 운영 방식, 재고 활용 조건이 구체화돼야 이번 계획이 아시아 원유 수급에 미칠 실질적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2027년까지 어떻게 전개될지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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