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선거당국 발표에 따르면 개표율 99.9% 기준 룰라는 유효투표의 51.77%를 얻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48.23%)을 제쳤다. 룰라 대통령은 2003년 첫 집권 이후 통산 네 번째 대선에서 승리하며 브라질 정치사상 최초의 4선 대통령이 됐다.
이달 4일 1차 투표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가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투표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시절 공보비서관을 지낸 정치 분석가 토마스 트라우만은 룰라 대통령의 승리 배경으로 ‘반(反)보우소나루 정서’를 지목했다. 그는 “결선투표에서 유권자들이 두 후보를 본격적으로 비교하기 시작했다”며 “청년층 등이 거리와 소셜미디어(SNS)에서 주도한 선거운동이 분위기를 바꿨다”고 분석했다.
룰라 대통령이 4선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복지 확대와 재정 건전화라는 두 마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큰 과제는 재정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연방·주·지방정부 등을 포괄하는 일반정부 총부채는 11조1000억헤알(약 2957조8200억원), GDP의 82.9%다. 같은 달까지 최근 12개월간 공공부문의 이자 부담은 GDP의 8.86%에 달했다. 이자를 제외한 기초재정적자는 0.62%였지만 이자를 포함한 전체 재정적자는 9.48%로 불어났다. 높은 이자비용이 적자를 키우고 추가 차입을 부르는 구조다.
지출을 줄일 여지도 좁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예산의 이자 제외 지출 가운데 약 92%가 의무지출이다. 연금과 공무원 급여, 복지급여 등을 손대지 않고서는 충분한 재정 개선이 어렵다는 뜻이다. 바클레이스의 로베르투 세셈스키 브라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31년까지 부채를 안정시키려면 GDP 대비 최소 2.5%포인트, 약 3500억헤알(약 93조2600억원) 규모의 재정수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는 어느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이 정도 조정을 완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룰라는 현행 재정준칙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복지급여를 늘렸고 최저임금을 물가보다 빠르게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최저임금과 연동하는 연금 지출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물가와 성장도 정책 선택을 어렵게 한다.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3.75%로 내렸지만,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58%로, 목표 허용 상한인 4.5%를 웃돌았다. 중앙은행이 지난 19일 공개한 시장 전망 조사에서 성장률 예상치는 올해 1.83%, 내년 1.32%였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려면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물가와 환율 불안이 인하 속도를 제약한다.
민간의 빚 부담도 무겁다. 신용정보업체 세라사에 따르면 7월 개인 연체자는 8390만명이며,세라사익스피리언이 집계한 8월 연체 기업은 930만개다. 상원 산하 독립재정기구(IFI)는 9월 전망에서 일반정부 총부채 비율이 올해 말 82.5%에서 내년 말 86.4%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와 민간 모두 고금리의 비용을 떠안고 있다.
금융시장도 룰라 대통령의 재선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룰라 대통령이 국채금리 인하에 필요한 긴축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보우소나루 후보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무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치적 불확실성도 커졌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라질 10년물 금리는 지난 4일 1차 투표 이후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에 따른 재정 긴축 기대감으로 지난달 30일 기준 14.16%에서 이달 23일 12.99%로 다소 하락했다.
룰라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러한 기대가 꺾이면서 국채수익률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마자산운용의 라지브 데 멜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기대가 무너진 데다 정치적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브라질 주식과 채권, 헤알화 모두 압박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로선 이번 결과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악재다”고 평가했다.
25일(현지시간) 브라질 대통령 결선투표 결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하자 지지자들이 기뻐하고 있다.(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