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만에 1000만표 더 얻은 룰라…브라질 대선 뒤집은 비결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6일, PM 10:09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0)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 1차 투표의 열세를 뒤집고 1989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첫 역전승을 거뒀다. 불과 3주 만에 1000만표 넘는 추가 지지를 끌어모은 결과다. 고물가와 가계부채로 등을 돌렸던 서민·노동자층을 되찾기 위해 현금 지원과 부채 경감 등 민생 대책을 집중적으로 내놓고, 대도시와 전통적 지지 기반을 동시에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승리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짓하며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승리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짓하며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최고선거법원(TSE)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은 유효투표의 51.79%(6425만6232표)를 얻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후보(48.21%·5982만6041표)를 제쳤다. 득표율 차이는 3.58%포인트로 2022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의 대결 때보다 컸다. 룰라는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네 번째 대통령 임기를 확보했다.

이번 승리의 가장 큰 특징은 전례 없는 역전이다. 룰라는 지난 4일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약 1.9%포인트 뒤졌다. 1989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1차 투표에서 2위에 머문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지역별 개표 결과 분석에 따르면 룰라는 결선까지 3주 동안 1000만표 이상을 추가로 확보했다. 특히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상파울루·미나스제라이스·리우데자네이루 3개 주에서만 460만표를 더 얻었다. 같은 지역에서 보우소나루 후보가 추가한 190만표를 크게 웃돌았다.

룰라의 고향이자 전통적 좌파 지지 기반인 북동부에서도 약 300만표가 늘었다. 보우소나루 지지세가 강한 남부에서도 130만표를 추가했다. 대도시 노동자 밀집 교외 지역과 소도시에서도 지지세를 회복하면서 사실상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차 투표보다 득표를 늘렸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대로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연설을 보기 위해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대로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연설을 보기 위해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사진=로이터)
반전의 배경에는 선거 막판 민생 중심으로 전환한 전략이 있었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 4년간 완만하게 성장하고 실업률도 낮아졌지만, 높은 생활비와 가계부채는 서민층의 불만을 키웠다. 룰라 정부는 결선을 앞두고 저소득 가구 현금 지원 확대, 온라인 도박 금지, 가계부채 경감 프로그램, 소기업 세금 체납 구제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온라인 선거운동도 달라졌다. 인플루언서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비공식 메시지 확산에 집중하면서 왓츠앱 채널 ‘룰라의 군대’ 구독자는 1차 투표 이후 5만명에서 약 1100만명으로 급증했다.

룰라의 승리는 최근 중남미에서 이어진 우파의 선거 승리 흐름에도 제동을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브라질의 주권과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한 메시지도 선거운동의 주요 축이었다.

다만 선거 후폭풍은 남아 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투표 종료 시간이 2시간 연장된 절차를 문제 삼아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선거 무효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두 후보 진영 모두 교통 문제 등을 이유로 투표시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에서 민주화 이후 대통령 선거가 무효화된 전례는 없다.

룰라가 역사적인 역전승으로 네 번째 임기를 확보했지만, 근소한 득표 차이와 야권의 선거 불복 속에서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는 과제가 남았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