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4배 뛰었지만 순손실 107조원…앤스로픽 IPO 베일 벗었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6일, PM 11:04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챗봇 ‘클로드(Claude)’ 개발사 앤스로픽(Anthropic)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공개하면서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막대한 비용 부담이 동시에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년 전보다 약 14배 늘어난 163억달러(약 21조6200억원)를 기록했지만 순손실은 807억달러(약 107조원)에 달했다. 다만 손실의 상당 부분은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회계상 평가손실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상장이 AI 산업의 성장 잠재력과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를 투자자들이 얼마나 인정할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앤스로픽 로고 (사진=로이터)
앤스로픽 로고 (사진=로이터)
26일(현지시간) 앤스로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개 제출한 증권신고서(S-1)에 따르면 회사는 나스닥에 ‘ANT’라는 종목코드로 상장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대표 주관사를 맡는다. 공모 주식 수와 희망 공모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르면 11월 9일 시작하는 주에 투자자 대상 공모 마케팅에 나설 전망이다.

신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출 성장 속도다. 앤스로픽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억달러의 약 13.6배에 달했다. 기업용 AI 서비스와 코딩 도구의 사용이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기존 고객들이 AI 서비스 이용을 늘리면서 이들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비교 기준 기간의 9배에 달했다.

반면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달러로 전년 동기 130억달러에서 크게 확대됐다. 다만 이를 모두 사업 운영 과정에서 소진한 현금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손실 중 약 720억달러는 전환증권 등의 가치 상승에 따른 회계상 평가손실이다.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금융상품의 평가액도 커진 영향이다. 다만 영업손실은 약 6억9300만달러로 순손실보다 훨씬 작았다.

AI 모델 개발과 운영에 들어가는 실제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앤스로픽은 첨단 모델을 훈련하고 서비스하는 데 필요한 연산·인프라 비용이 앞으로도 최대 운영비 항목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신고서에서 최첨단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시장에서는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일부 기존·잠재 투자자들은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를 약 1조5000억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일주일 전 거론되던 2조달러보다 25% 낮은 수준이다. 급격한 매출 성장에도 막대한 투자비와 AI 산업 전반의 고평가 논란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앤스로픽은 이번 상장을 통해 대규모 AI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모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1000억달러 이상을 조달할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상장이 성사되면 향후 IPO를 추진하는 경쟁사 오픈AI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도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안전성 문제도 투자 위험으로 제시됐다. 앤스로픽은 고도화된 AI 모델이 종료 명령에 저항하거나 정보를 은폐·조작하는 등 예기치 않은 행동을 보일 가능성을 신고서에 명시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통제 실패에 따른 법적·평판상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취지다.

메타가 같은 날 AI 인프라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최대 950억달러의 주식 발행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앤스로픽도 공개시장 진입에 나섰다. AI 산업이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 조달과 투자 수익성 검증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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