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는 27일 제2026-17회 회의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청한 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15일 제2026-16회 회의에 처음 상정된 이후 두 번째 심의 만에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고리 3·4호기는 기존 설계수명 만료일을 기준으로 각각 10년간 추가 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고리 원전(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번 허가에 따라 고리 3호기는 2034년 9월 28일, 고리 4호기는 2035년 8월 6일까지 운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계속운전 허가가 곧바로 발전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수원은 허가 조건에 따른 설비 개선 등 후속조치를 이행해야 하며 원안위의 현장 확인을 거쳐 최종 재가동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제 전력 생산 재개 시점은 후속 안전조치와 검사 일정에 따라 결정된다.
한수원은 두 원전의 설계수명 만료에 앞서 2022년 9월 26일 계속운전을 위한 주기적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안전성 심사와 약 6개월에 걸친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의 사전검토를 거쳐 이번 허가에 이르렀다.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부터 최종 허가까지 약 4년 1개월이 걸린 셈이다.
원안위는 이번 심의에서 한수원이 제출한 주기적 안전성평가보고서가 원자력안전법령에 따른 방법과 기준에 적합한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발전소 운전 기간 변경과 내환경 검증 평가에 따른 기기 교체 등 운영변경허가 신청 내용이 허가기준을 충족하는지도 살펴봤다. 장기간 운전에 따른 설비 노후화와 운전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더라도 계속운전 기간에 필요한 안전 여유도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특히 노후 설비의 안전성과 사고 대응 능력을 다시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원자로와 주요 계통·기기의 건전성, 장기간 운전에 따른 설비 열화, 사고 발생 시 안전기능 유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원안위는 이러한 안전성 검토를 토대로 고리 3·4호기의 추가 운전을 허용했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15일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를 승인했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설계기준을 넘어서는 사고와 중대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사고 확대를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전략과 이행체계를 담은 문서다. 당시 원안위는 세 차례 심의를 거쳐 사고관리계획서를 승인했지만 고리 3·4호기의 계속운전 허가안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고리 3·4호기의 계속운전 허가는 고리 2호기에 이은 두 번째 계속운전 심사 사례다.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을 중단한 뒤 지난해 11월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4월 재가동했다. 고리 3·4호기 역시 후속 안전조치와 검사에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 재가동은 내년 중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리 3·4호기는 설계수명 만료 이후 각각 2년 1개월, 1년 2개월가량 가동을 멈춘 상태다. 계속운전 기간이 기존 설계수명 만료일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실제 추가 운전 가능 기간은 허가받은 10년보다 짧다. 내년 재가동을 전제로 하면 고리 3호기는 약 7년, 고리 4호기는 약 8년 동안 추가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원전의 적정 역할과 발전 비중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에너지 정책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신규 원전 건설과 별개로 발전설비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서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등을 중심으로 중장기 전력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 원전의 재가동은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무탄소 전원 확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노후 원전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들은 고리 3·4호기의 계속운전 심사 과정에서 안전성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원안위가 계속운전을 허가했더라도 설비 개선과 후속 검사 과정에서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회천 한수원 사장은 “계속운전은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뒷받침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탄소중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설비 개선과 정기검사 등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이행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리3,4호기의 안전한 재가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