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공 다이아' 반도체 공급망 노린다…보석 넘어 AI 칩 냉각재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7일, PM 04:51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세계 랩그로운(실험실 생산) 다이아몬드의 절반가량을 만드는 중국 업체들이 보석 대신 인공지능(AI)·반도체 소재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보석용 다이아몬드 가격이 떨어지자 수익성이 높은 산업용으로 활로를 찾는 것이다. 합성 다이아몬드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의 냉각 소재로 쓰이게 되면 중국의 생산 지배력이 미국에 또 다른 공급망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런던에 있는 드 비어스 본사에서 보석상용 확대경을 통해 남아프리카와 캐나다산 미가공 다이아몬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런던에 있는 드 비어스 본사에서 보석상용 확대경을 통해 남아프리카와 캐나다산 미가공 다이아몬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로이터통신은 27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발 기사에서 중국 합성 다이아몬드 업계의 사업 전환 움직임을 이같이 전했다. 허난성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공장 자루이푸를 운영하는 펑찬쥔 대표는 연간 200만캐럿을 생산한다. 현재 생산량의 약 70%는 보석용으로 팔린다.

하지만 그는 “2030년까지 기능성 소재용 제품 비중을 50% 넘게 끌어올리고 보석용 비중은 최대 30%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펑 대표에 따르면 보석용 다이아몬드의 매출총이익률은 30~40%인 반면 산업용은 50% 안팎이다. 그는 생산량을 더 늘리기보다 고부가 산업용 비중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칩 냉각이다. 다이아몬드는 열을 빠르게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 발열이 심한 고성능 칩의 열을 식히는 소재로 쓸 수 있다. 중국 언론은 화웨이와 대만 TSMC가 칩 냉각용 합성 다이아몬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노버는 다이아몬드·구리 복합 냉각 소재를 쓴 소비자용 노트북을 중국에서 출시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반도체용 다이아몬드 웨이퍼를 개발하는 미국 다이아몬드 파운드리에 개인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들의 투자도 시작됐다. 선전증시 상장사 허난리량다이아몬드는 지난 6월 공시에서 보석용 생산 확대를 위해 조달한 10억위안(약 1975억원)을 기능성 다이아몬드 사업에 돌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닝보재료기술공학연구소는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다이아몬드·구리 냉각 모듈이 칩의 열 전달을 80% 높이고 칩 성능을 10% 끌어올렸다고 발표했다.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현재 칩 방열 소재는 독일 헨켈, 미국 다우, 일본 신에쓰화학 등이 공급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방열판이 AI 칩과 데이터센터에 널리 쓰이면 일부 기존 소재와 경쟁할 수 있다.

다만 분석가들은 냉각 소재는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 상용화가 가능한 반면, 반도체 기판 소재로 쓰이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 칩용 다이아몬드는 절삭·드릴 공구용보다 훨씬 높은 순도와 까다로운 제조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밖에서도 개발 경쟁이 붙었다. 드비어스의 합성 다이아몬드·첨단소재 자회사 엘리먼트식스와 일본 오브레이는 지난 6월 3인치 단결정 다이아몬드 웨이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다이아몬드 파운드리가 자국 트루히요에 짓는 합성 다이아몬드 웨이퍼 공장에 7억5300만유로(약 1조 1490억원)를 투자한다. 완공되면 유럽 최초의 대규모 다이아몬드 기판 생산 시설이 된다.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지금의 두 배 이상인 약 945테라와트시(TWh)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중국 정부는 이미 이 기술을 전략 품목으로 관리하고 있다. 2024년 관련 장비와 핵심 부품을 수출통제 대상에 올렸고, 2025년에는 합성 다이아몬드 제품을 추가했다. 다만 추가 조치는 지난해 10월 미·중 합의에 따라 시행이 1년 미뤄졌다. 컨설팅업체 켄리서치의 마난 고엔카 매니저는 “합성 다이아몬드가 반도체·희토류·첨단제조를 둘러싼 전략적 통상정책 논의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난성은 중국 합성 다이아몬드 생산의 80%를 차지한다. 펑 대표의 공장에는 대당 약 300만위안(약 6억원)짜리 고온·고압 장비 550대가 있다. 장비 1대로 6일 만에 원석 120캐럿을 만든다. 2019년 창업 이후 연간 생산량을 10배로 늘렸고, 지난해 생산량 200만캐럿은 드비어스 지난해 생산량의 약 9% 수준이다. 로이터는 중국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량이 2030년 5200만캐럿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산업용 시장의 사업성은 아직 불확실하다. 중국 산업계의 고질적인 과잉 생산이 이 분야에서 되풀이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낙관적이다. 독립 다이아몬드 컨설턴트 로버트 부케는 기술·산업 분야 시장이 연간 약 1000억달러(약 132조원) 규모인 보석 시장을 크게 웃돌 수 있다고 봤다. 펑 대표는 “수천억위안, 나아가 조 단위 위안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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