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이타마현에 사는 파트타이머 여성(54)은 스포츠 선수 응원과 게임 행사 참여에 열심이다. 그는 이 활동을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2002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만난 남성과 결혼한 그는 부부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했다. 다만 사회인이 된 큰딸이 집을 나간 뒤로 대화가 크게 줄었다. 침실을 따로 쓰고 스킨십도 없다. 이혼을 생각한 적도 있지만 아빠를 따르는 딸을 생각해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좋아하고 파고드는 성격이었지만 결혼 후에는 집안일과 육아에 쫓겨 뒷전으로 미뤘다. 큰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전국 각지의 경기장과 게임 행사를 자주 찾기 시작했다. 덕질을 하면서 직업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인간관계도 넓어졌다. 그는 “정신적으로 안정되면서 부부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혼자 전용 매칭 앱도 이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도쿄에 사는 회사원 남성(35)은 지난 9월 앱에 가입했다. 3년 사귄 여성과 지난해 결혼했지만 이미 연애 감정은 없다고 했다.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 결혼 1년 만에 부부관계가 끊겼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아내의 생각에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혼할 생각은 없다는 그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기혼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아내에게 들키고 싶지는 않지만 함께 식사하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2022년 서비스를 시작한 기혼자 전용 앱 ‘힐메이트’는 고민을 가진 기혼자끼리 만나는 공간을 내세운다. 누적 회원은 50만명을 넘었고 40대와 30대가 가장 많다. 일본 경제매체 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힐메이트 회원 수는 1년 새 5배로 늘었다. 일본의 기혼자 전용 매칭 앱 이용자는 약 150만명, 시장 규모는 100억엔(약 83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운영사 레종데트르의 이소노 다에코 사장은 “이혼이냐 유지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는 계기가 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간호사 출신인 그는 자신의 결혼 생활에서 겪은 어려움을 계기로 앱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맞벌이가 보편화하면서 부부 관계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족사회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 교수는 “맞벌이가 일반화한 지금은 ‘나만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식의 손익 계산이 부부 사이에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부가 육아라는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공동체가 되면서 애정의 외부화와 분산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부부 관계의 균열이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다. 닛케이는 지난 6월 이혼 4쌍 중 1쌍이 결혼 생활 20년 이상인 ‘황혼 이혼’이라고 보도했다. 자녀 양육이 끝난 뒤 각자의 삶을 찾는 부부가 늘면서 가정 밖에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일도 공공연하게 이야기되는 분위기다.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