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전 세계 장바구니 물가 치솟는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8일, PM 05:08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과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전 세계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가는 가운데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세계 경제학자들도 내년 물가 전망치를 줄줄이 높이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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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전 세계 경제학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조사 대상 50개국 가운데 31개국에서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선진국은 21개국 중 15개국의 전망치가 올랐다. 최근 세 차례 분기 조사에서 내년 물가 전망 중간값은 영국이 0.7%포인트, 유로존이 0.5%포인트, 미국이 0.2%포인트 상승했다.

물가 전망이 높아진 주요 원인으로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꼽힌다. 국제유가는 지난 7일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연료비뿐 아니라 제조업체의 생산비용과 물류비까지 상승해 소비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내년 제품 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엔리케 브라운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물류비와 운송비 상승으로 높은 수준의 비용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탁세제 타이드 등을 생산하는 프록터앤드갬블(P&G)은 원자재와 에너지, 운송비 상승에 따른 연간 이익 감소 예상액을 기존 10억달러(약 1조3370억원)에서 14억달러(약 1조8720억원)로 높였다. 안드레 슐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와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에서는 가격 인상 없이 비용을 상쇄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영국 소비재 기업 레킷도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추가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확산 이후 누적된 물가 상승에 지난해 미국의 관세 인상, 올해 이란 전쟁까지 겹치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어서다. 펩시코 투자사인 앱터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와그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가격 인상은 기업들에 남은 마지막 수단”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더 높은 가격을 감당할 여력이 소진된 상태”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지수가 30%를 돌파해 198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식용유 가격은 2020년 대비 66% 올랐고 주먹밥은 45%, 식빵은 32%, 우유는 25% 상승했다. 반면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2021년을 100으로 가정할 때 최근 96.7에 그쳤다. 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5년 전보다 약 3% 줄어든 셈이다.

중소기업도 원가 상승 부담을 겪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의 가격 전가율은 지난 3월 기준 54.2%로, 비용 상승분의 절반 가까이 자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금 인상 여력을 제한해 가계의 구매력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 우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으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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