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주식 팔아 대출하겠다”…日은행이 돌변한 이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8일, PM 06:2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닌텐도 등 교토 대표 기업의 주식을 오랫동안 쥐고 있던 일본 지방은행 교토파이낸셜그룹이 주식 처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서 주식 배당보다 대출 이자로 버는 돈이 더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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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팔아 대출하는 게 더 번다”…금리가 바꾼 셈법

도이 노부히로 교토파이낸셜그룹 사장은 28일 보도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식을 현금으로 바꿔 대출해주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버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보유한 주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은행이 보유 주식으로 거둔 평가차익은 약 60억달러(약 7조9680억원)에 이른다.

교토파이낸셜은 교토에 본사를 둔 닌텐도, 교세라 등의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해왔다. 은행과 기업이 관계를 다지려고 서로 주식을 들고 있는 일본 특유의 ‘상호 보유’ 관행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일본 금융당국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런 관행을 없애라고 요구해왔지만, 교토파이낸셜은 소극적이었다. 도이 사장은 2년 전만 해도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이유로 주식을 계속 들고 있겠다고 했다. 입장이 누그러진 건 지난해부터다.

금리 상승은 주식을 줄일 이유를 하나 더 보탰다. 대출 수요가 약하고 금리가 0%에 가까웠던 시절엔 배당이 은행 이익을 떠받쳤다. 하지만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이 커지면서 배당 수입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졌다.

도이 사장(70)은 “환경이 바뀌었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행(BOJ)은 오는 29~3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1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1.2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12월 추가 인상에 이어 내년에도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팔아도 팔아도 평가이익 늘어”…3000억엔 처분

교토파이낸셜은 지난 4월 2029년 3월까지 전략 보유 주식을 3000억엔(약 2조5226억원) 넘게 줄이겠다고 밝혔다. 기존 목표의 3배로, 도이 사장은 더 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끝난 회계연도엔 닌텐도 지분 일부를 포함해 약 1600억엔(약 1조3454억원)어치를 팔았지만, 일본 증시 강세로 남은 주식의 가치가 더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유 주식의 평가이익은 1조엔(약 8조4085억원)을 넘어 교토파이낸셜의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도이 사장은 “한동안은 아무리 팔아도 평가이익이 계속 늘었다”며 “감사할 일이지만 왜 그걸로 비판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교토파이낸셜 주가는 올해 18% 올라 토픽스 은행지수 상승률(34%)에 못 미쳤다.

도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주요 보유 기업 15곳가량의 최고경영자(CEO)·회장을 만나왔으며, 모두 매각 계획에 이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한꺼번에 다 팔지는 않고 순수 투자 관점에서 종목별로 엄격히 따지겠다고 했다. 그는 “배당이 적거나 아예 없으면 주식을 계속 들고 있을 명분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계 부정 논란에 휩싸인 모터업체 니덱 지분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본은행(BOJ) 본관. (사진=AFP)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본은행(BOJ) 본관. (사진=AFP)
◇매각 대금은 대출·M&A로…국채는 “아직 기다려야”

투자자들은 매각 대금의 쓰임새에 주목하고 있다. 도이 사장은 지난 4월 인수합병(M&A)을 검토하는 팀을 꾸렸다. 경쟁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등이 모두 후보가 될 수 있지만, 지금 추진 중인 구체적인 거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지방은행 통합 흐름에 서둘러 합류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그 선택지는 늘 머릿속에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센슈이케다홀딩스와 시가은행은 합병을 논의 중이며, 성사되면 교토파이낸셜을 제치고 간사이 지역 최대 지방은행 그룹이 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발표가 나올 수 있다.

예금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가계가 저축을 투자로 돌리고 있어서다. 도이 사장은 정부가 개인의 국채 매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는 데 대해 “말도 안 된다. 지금도 충분히 잘 팔린다”고 했다. 이 은행이 올해 회계연도 상반기에 판매한 개인용 국채는 1년 전의 두 배로 늘었다.

교토파이낸셜은 중소 제조업체 등 기업 대출 수요가 강해 국채보다 대출에 돈을 넣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엔 국내 채권에서 손실을 확정하며 유가증권을 지난해 3월 약 2조5000억엔(약 21조213억원)에서 지난 6월 말 약 1조7000억엔(약 14조2945억원)으로 줄였다.

도이 사장은 BOJ 금리의 정점이 더 분명해지면 국내 채권 재투자를 검토하겠다며 “자칫하면 또 평가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지금은 아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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