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기든 달라질 것 없어"…이스라엘 총선 바라보는 '팔레스타인의 체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9일, AM 09:07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이스라엘 조기 총선 개표율이 약 90%를 넘긴 가운데, 전쟁으로 황폐해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누가 승리하든 자신들의 처지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접은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종교계 연합을 업고 정권을 유지하든, 중도 성향 대항마인 가디 아이젠코트 전 군 참모총장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든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정책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체념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난 9월6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시신이 수습된 어린이 62명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약 100명의 합동 장례식을 위해 추모객들이 모여있다. (사진=AFP)
지난 9월6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시신이 수습된 어린이 62명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약 100명의 합동 장례식을 위해 추모객들이 모여있다. (사진=AFP)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언론인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선을 바라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피난민 후다 알훌리 씨는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로 인해 지금보다 훨씬 더 악랄한 지도자가 들어설까 봐 두렵다”며 “이같은 결과는 가자 땅에 더 많은 파괴와 황폐함만을 가져올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는 “누가 연정을 구성하든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서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인도적인 목소리’가 나오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서안지구 라말라의 주민 아흐메드 아와드 씨도 “이스라엘내 정치인이 바뀐다 하더라도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을 대하는 이스라엘의 정책에 극적이거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선은 대체로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총선 개표가 9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네타냐후 캠프가 선전을 펼치고 있지만, 명확한 과반(61석)을 얻지 못해 이스라엘의 차기 정부 구성은 여전히 안개 속에 싸여 있다. 네타냐후 정권의 핵심 축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현 연정이 유지될 경우 자신의 국방장관직을 요구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대규모 강제 추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내비친 상태여서 팔레스타인 전반이 불안감에 싸여있다.

베스 오펜하임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연구원은 “아이젠코트 중심의 정부가 들어설 경우 극우 세력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이나 평화 프로세스와 같은 근본적 사안은 2023년 10월 하마스 침공 이후 이스라엘 정치권의 담론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라마트간에서 리쿠드당 소속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전 군 참모총장이자 중도성향 야샤르당의 수장인 가디 아이젠코트의 모습이 담긴 대형 선거 광고판이 배치돼 있다. (사진=AFP)
이스라엘 라마트간에서 리쿠드당 소속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전 군 참모총장이자 중도성향 야샤르당의 수장인 가디 아이젠코트의 모습이 담긴 대형 선거 광고판이 배치돼 있다. (사진=AFP)
유세프 무나예르 워싱턴아랍센터 연구원도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젠코트 연정이 들어서더라도 우파의 공세를 의식해 팔레스타인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서안지구내 정착민들의 폭력은 특정 정부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며 “무장한 정착민들에게 둘러싸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강경 노선도 여전히 이어질 전망이다. 나임 카셈 헤즈볼라 수장은 이번 총선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셈은 성명을 통해 “누가 이스라엘을 거느리든 우리와는 상관없다”며 “점령이 계속되고 침략이 이어지는 한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논의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레바논과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6월 레바논 남부에서의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와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 레바논 국방군의 배치를 골자로 한 기본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국경 지역의 표적 타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헤즈볼라가 정부 차원의 무장 해제 요구를 거부하며 역내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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