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엔 일자리 쏟아지는데 카지노선 해고…AI에 두 쪽 난 美네바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9일, AM 10:51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 네바다주에서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만드는 동시에 빼앗는 상반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북부 사막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고임금 일자리가 쏟아지는 반면, 남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로봇 바텐더와 자율주행차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 베이거스 스트립. (사진=AFP)
미국 네바다주 라스 베이거스 스트립. (사진=AFP)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주 북부 리노 인근에서는 10만에이커(약 405㎢)가 넘는 사막에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집적지 중 하나가 건설 중이다. 구글과 스위치, 트랙트 등 주요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서면서 수천 명의 전기공과 배관공 등 숙련 기술자들이 일자리를 얻고 있다.

반면 약 640㎞ 떨어진 남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웨이모와 죽스의 자율주행차가 택시 운전사와 발레파킹 직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카지노에서는 로봇 바텐더와 무인 체크인 시스템이 확산하고 있다. MGM리조트는 지난해 콜센터 직원 약 200명을 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MGM 측은 최근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고객 응대의 약 80%가 AI 또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분석기관 RCG이코노믹스는 2035년까지 네바다 남부 호텔·관광업 일자리 최대 9만2000개가 AI와 자동화의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해당 업종 전체 일자리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약 30년간 발레파킹 직원으로 일한 래리 골드핑거는 “나는 이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좋은 삶을 살았다”며 “하지만 지금 30대인 젊은이들은 앞으로 그렇게 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네바다 북부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크리스토퍼 윌리엄스(20)는 AI 산업의 성장으로 소득이 늘어난 사례다. 그는 지난해 시간당 18.50달러를 받던 요리사 일을 그만두고 리노로 이주했다. 현재는 시간당 22달러 이상을 받으며 주당 45~60시간 일하고 있다.

윌리엄스는 “모든 곳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할 것이고, 그만큼 큰돈을 벌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전기노동자형제단(IBEW)에 따르면 리노 인근 타호 리노 산업단지에서 올해 발생한 전기 관련 노동시간은 월평균 85만 시간에 달한다. 이는 2022년 한 해 전체 노동시간과 맞먹는 규모다.

AI를 둘러싼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노동조합도 혼란에 빠졌다. 네바다주에서 건설·운송·관광업 종사자 약 3만명을 대표하는 팀스터스 노조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해야 한다는 조합원들과 확대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이 갈등 중이다.

노조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 후보 180명 이상을 면접한 끝에 민주당 소속 에런 포드 주지사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포드는 신규 데이터센터에 대한 세금 감면을 중단하고,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켄자스 주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민주당 후보가 데이터센터 개발 일시 중단을 주장하자 주요 노동조합들이 공화당 주지사 후보를 지지했다. 현지 교통노조가 공화당 주지사 후보를 지지한 것은 50여년 만에 처음이다.

북미건설노동조합의 숀 맥가비 회장은 “데이터센터 전면 금지에는 반대한다”며 “이는 미국을 재산업화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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