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챗봇 숙제는 그만"…'구술시험·손글씨'로 회귀하는 美교사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9일, PM 01:29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세계 인공지능(AI)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6학년 인문학 교사 트리스텐 창 씨는 학생들이 AI 챗봇에 의존할 수 없도록 수업을 바꾸고 있다. 창 씨는 지난해부터 학교에서 가정 과제 에세이를 없애고 구술시험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등장인물, 줄거리, 주제, 은유에 관한 15개 질문을 던지며 학생들은 빠르면 5분 만에 답할 수 있다.

창 씨는 “기술은 오랫동안 교육을 바꿔왔지만, 최근 AI가 가장 급격한 변화 중 하나”라며 “기존 방식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AFP
사진=AFP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사용이 광범위해지면서, 최근 미국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기존 학습 평가 방식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29일 미국 전역의 교사와 교육 전문가 1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교사들은 단순 가정 과제를 줄이고 수업 중 글쓰기와 토론을 늘리는 식으로 과제를 재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를 둘러싼 학교 현장의 입장은 여전히 엇갈린다. AI를 수업에 접목해야 한다는 입장과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스탠퍼드대 교육학 교수이자 전미영어교사협의회(NCTE) 회장인 안테로 가르시아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성인이 업무 현장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AI 도구를 쓰고 있지만, 이것이 교육에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휴대전화와 노트북으로 AI 챗봇을 쓸 수 있게 되자, 교사들은 학습의 상당 부분을 다시 교실 안으로 가져오려고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업 중 글쓰기, 직접 지도, 대면 평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중학교 영어를 가르치는 러스티 셰이브 씨는 학생들이 집에서 버거움을 느낄 때 AI에 손을 뻗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충동을 막기 위해 수업 시간에 글쓰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예컨대 7학년(한국의 경우 중학교) 학생들과 한 달간 에세이 한 편을 함께 완성하기도 한다.

뉴욕의 고등학교 수학 교사 밥슨 웡 씨는 숙제 문제를 줄이고 수업 중 연습을 늘려,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과정을 더 잘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웡 씨는 “AI는 학생들이 수학을 푸는 방식뿐 아니라,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까지 확실히 바꿔놨다”고 말했다.

AI가 문제를 풀뿐만 아니라 풀이 과정까지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수학에서 웡은 이제 학생들에게 어떤 풀이 방법을 선호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 식이다.

여전히 AI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지난해 하버드대의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는 맞춤형 AI 튜터가 학습 성과와 학생 참여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해 MIT 미디어랩의 소규모 연구에서는 챗GPT로 에세이를 쓴 사람들이 작업은 더 빨리 끝냈지만 사고는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많지만 현 시점에서 AI는 교육 현장에 점차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랜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 학생과 영어·수학·과학 교사의 과반이 학업에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뉴욕시 고등학교 영어 교사 미건 하일랜드 씨도 올초 일부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AI를 쓰려고 화장실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수업 중 과제의 성적 반영 비중을 높이고, 숙제를 연습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그만뒀다. 그는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할 줄 아는지 파악하는 일은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들은 AI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뻔한 질문’을 피하는 것이라고 본다. AI가 등장인물이나 줄거리에 관한 전형적인 질문에는 능숙하게 답하는만큼, 일부 교사는 학생들에게 주류 해석에서 벗어난 해석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뉴욕 브롱크스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 피안 록펠드 씨는 로이터통신에 “적어도 현재로서는 AI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만들려고 무척 애쓴다”며 “AI 챗봇이 접근할 수 없는 유료 학술 논문을 읽어야 쓸 수 있는 에세이를 과제로 내는 식”이라고 했다.

일부 교사들은 공책, 펜과 종이를 이용한 글쓰기,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로 교육 방향을 틀고 있다. 시카고 교외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 렉스 오발레 씨도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상자에서 작문 노트를 꺼내 가게 한다. 크롬북 사용은 전체 수업일의 약 10%로 제한하고 있다. 오발레 씨는 “노트북을 치우면 숨을 곳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AI 차단에 주력하는 교사들이 있는 반면, 이를 적극적인 교육 도구로 수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해당 교사들은 맞춤형 기사 검색, 발표 자료 그래픽 제작, 학생 수준별 난이도 조절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뉴욕시 고등학교 사회 교사 마이클 자가리 씨는 독해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위해 역사 사료의 어휘 수준을 AI로 조절하거나 긴 기사를 요약하는 데 활용한다. 그는 “AI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과거 인터넷 윤리를 가르쳤듯, AI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방법과 올바른 프롬프트 작성법을 가르쳐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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