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심화…北노동자, 러 공장 곳곳 파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9일, PM 03:07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의 주요 농업·제조업 지역 공장에 파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적 협력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네덜란드 소재 국제법 관련 재단인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GRC)는 러시아 기업 및 조달 기록, 보관된 온라인 광고, 소셜미디어(SNS) 사진과 동영상 등을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GRC는 러시아 사업가 블라디미르 소콜로프가 운영하는 노동자 알선 네트워크를 확인했다. 소콜로프의 블랙호스 그룹 소속이라고 소개된 웹사이트 KNDR.su에는 북한 노동자 50~100명으로 구성된 작업팀을 공급한다는 광고가 게시돼 있었다. 이 사이트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 “하루 12시간, 한 달 28일 동안 일하며 지각하지 않고, 결근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고, 싸우지 않는다”고 홍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또한 북한 노동자들을 다른 국적의 노동자들과 분리해 숙소에 머물게 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북한 대사관이 노동자들의 신분증명 서류를 관리하고 계약을 위반할 경우 본국에서 ‘심각한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고용주들에게 노동자들이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했다.

FT에 따르면 이 웹사이트는 당초 ‘북한 노동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다 지난 7~8월 ‘북한 학생 실습’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GRC는 러시아가 제재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학생 비자를 이용해 북한 노동자 파견을 위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GRC는 실제 북한 노동자들의 공장 근무 정황도 확인했다. SNS 동영상과 잠입 조사를 통해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의 식품 제조업체 KPP 루스콘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반려동물 사료를 생산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한 농업기업이 북한 노동자 50명의 배치를 주선하는 대가로 관련 업체에 13만 3800달러 규모의 계약을 발주한 사실도 조달 기록을 통해 확인했다.

소콜로프는 이달 북한과의 합작 투자 사업을 비롯한 상업·산업 협력을 이유로 기업 두 곳과 함께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다만 노동자 알선 조직의 운영 책임자로 지목된 루슬란 주코프는 자사가 외국인 노동자 모집이나 북한인 고용 알선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학생 신분을 이용해 취업 제한을 우회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양국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북한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와 병력을 제공했으며, 그 대가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현금과 연료, 현물 보상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24년 6월 상호 군사 지원을 규정한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GRC는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파견이 북한 정부에 수익을 안겨주고 있으며, 이는 해외 북한 노동자의 고용을 금지한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RC의 기업·인권 부문 책임자인 라라 스트랭웨이스는 “북한의 노동력이 북러 관계를 심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노동력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계된 시설을 포함해 러시아 산업을 떠받치고 있으며, 이들이 창출하는 수익은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에 자금을 제공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11개국으로 구성된 다자제재모니터링팀(MSMT)은 올해 9월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아에 체류하는 북한 노동자가 1만5000~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코리아리스크그룹의 슈레야스 레디는 북한 노동자들이 통상 임금의 약 10~25%만 실제로 수령하며, 나머지는 북한 국영기업과 평양 정권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대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해외 파견 근무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일자리이며, 북한 국내에서 일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노동자들 삶의 질이 북한에서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생활 수준보다 상당히 낫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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