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키티는 어쩌다 중·일 갈등에 휘말렸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9일, PM 05:23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중일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까지 양국 외교 갈등에 휘말렸다. 일본의 한 첩보 드라마가 중국을 적대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해당 드라마와 협업한 헬로키티에도 불똥이 튄 것이다.

헬로키티 등을 보유한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는 28일 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본 TBS 드라마 ‘비반트’와의 협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산리오는 해당 드라마에 대해 “산리오의 기업 철학과 일치하지 않는 표현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드라마는 일본 방위성이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특수 조직에 속한 첩보원이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해외 세력을 처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시즌2에선 중국이 적대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관영 중앙TV(CCTV),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은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반중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중국 정보기관이 일본 정보요원들을 고문하는 장면과 관련해 인민일보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고문 방식은 과거 일본 침략군이 사용했던 것으로,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에 위치한 헬로 키티 매장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 (사진=AFP)
베이징에 위치한 헬로 키티 매장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 (사진=AFP)
이런 상황에서 산리오가 드라마 속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헬로키티 상품을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29일 사설을 통해 “헬로키티가 일본 우익과 함께 춤을 춰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논란은 양국이 외교 갈등의 출구를 모색하는 미묘한 시점에 불거졌다. 중국과 일본이 다음 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만남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외교 갈등은 지난해 다카이치 총리가 의회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촉발됐다. 이 발언은 중일 관계를 악화시키고 SNS을 통한 격렬한 ‘설전’을 불러일으켰으며, 일본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줬다.

최근에는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28일 중국 정부와 연계된 싱크탱크는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와 함께 베이징에서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양국 간 마찰을 완화하고 관계를 복원할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주 초 시 주석은 지난주 별세한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의 유족에게 조전을 보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생전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시 주석은 조전에서 “후쿠다 전 총리의 올바른 역사관”을 높이 평가하면서 “현 일본 정치인들이 양국 관계의 정치적 토대를 확고히 수호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워싱턴 소재 자문회사 DGA그룹의 파트너인 외르크 부트케는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지나치게 빠르고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스스로 퇴로를 막아버렸다는 점을 매우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다카이치 총리와 만날 수 있는 어떤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다카이치 총리가 악수한다면 2014년 시 주석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만남을 연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두 정상은 잇따른 격렬한 외교 분쟁 끝에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악수를 나눈 바 있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는 당장 중일 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양국 정상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기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간다외국어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제프리 홀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일본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반중 노선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 자신의 국내 지지 기반과 양국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되기를 바라는 일본 재계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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