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美압박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30일, AM 11:36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압박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군사작전 관계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지난주 초부터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비공식적으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공격 중단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다음달 중순 이후로 연장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거리 공격을 담당하는 부대들은 이달 중순 이미 진행 중인 작전을 마무리한 뒤 정유시설 공격을 사실상 중단하라는 지침을 전달받았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석유시설에 대한 마지막 공격은 지난 20일 드루즈바 송유관의 석유 펌프 시설을 겨냥한 것이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격 중단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7일 기자들에게 “우리 군이 최근 며칠간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하려 했다”면서도 “정유시설을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격 중단을 거듭 요구한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제 연료 가격 상승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에 돌리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미 공화당은 다음 달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높은 기름값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농민과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경유에 대한 제재도 완화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특사인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재차 요구했다. 쿠슈너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30일간 공격을 중단해 감사의 뜻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공격 중단의 대가로 러시아와 상호 에너지시설 공격 중단에 합의하거나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추가 지원받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의존도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군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에 속도 제한이 적용되면서 러시아군 보급망을 겨냥한 드론 공격과 일부 방공작전에 차질이 발생했다. 스타링크 서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에게 복구를 요청한 뒤인 지난 24일 정상화됐다.

미국 정부는 스타링크 복구와 정유시설 공격 중단이 연계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은 두 사안이 사실상 하나의 압박 수단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WSJ은 “우크라이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재 과정에서 러시아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며 “미국의 위협은 우크라이나군과 정부, 사회 전반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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