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진영 1위에도 과반 실패…이스라엘 정국 안갯속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30일, AM 11:36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이스라엘 총선 최종 개표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연합과 제1야권 연합 모두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 구성을 둘러싼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강경 우파 연합 세력은 이번 총선을 통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120석 중 53석(리쿠르당 27석 포함)을 확보했다.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과반 의석인 61석에는 8석이 부족하다. 이는 직전 총선이 치러진 2022년 당시 확보했던 64석보다 11석 줄어들었다.

여론조사에서 수개월간 선두를 달렸던 전직 군 참모총장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가 이끄는 제1야권 연합은 48석(야샤르 21석 포함)을 얻었다. 아랍계 정당 2곳은 총 19석을 얻어 역대 최다 의석을 기록했다.

중앙선거위원회는 향후 며칠 동안 개표 결과에 경미한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종 의석수는 오는 11월 4일 확정돼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에게 제출될 예정이며, 각 정당은 11월 18일까지 이의 신청과 법적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각 정당 지도자들과 협의한 뒤 과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하게 된다. 이스라엘 초당파 연구기관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아사프 샤피라 연구원은 아이젠코트 대표에게 먼저 정부 구성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 법률과 과거 선거 사례를 고려하면 다른 정당 지도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인물이 일반적으로 우선권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이번 총선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와 역대 가장 강경한 우파 정부로 평가받는 그의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강했다. 특히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후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뒤 처음 치러진 총선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투표율은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로이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로이터)
네타냐후 총리는 당초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아랍계 정치 세력의 영향력 확대와 잠재적인 안보 위협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며 우파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2023년 10월 7일 공격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두고 대중의 분노가 확산했지만, 유대계 중심의 야권 정당들은 그를 즉각 권좌에서 끌어내릴 만큼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아이젠코트 대표는 선거운동 내내 자신을 네타냐후 총리의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을 권위주의로 몰아가고 있으며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 내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아이젠코트 대표와 이념적으로 다양한 세력으로 구성된 야권 연합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시나리오는 야권과 아랍계 정당들의 연대다. 아이젠코트 대표가 이끄는 야권 연합 48석에 아랍계 정당 19석을 합하면 67석으로 과반을 넘기 때문이다. 아랍계 정당들이 이번 총선에서 선전하면서 차기 정부 구성 협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그러나 실제 연대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권 연합에 속한 정당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유대계 정당들은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에 소극적이다. 이스라엘의 많은 유대인은 오랫동안 아랍계 정당, 특히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 노선을 지지하지 않는 정당들의 집권 연합 참여에 반대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랍계 유권자들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비난하는 등 아랍계 정치 세력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를 부각하며 우파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아이젠코트 대표는 아랍계 정당들과의 연대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면서도 이들 중 어느 정당도 자신이 제시한 연립정부 참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네타냐후 총리와 아이젠코트 대표가 손잡는 거국 통합정부 구성이나 상대 진영의 정당 또는 개별 의원을 설득해 연립정부에 합류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양측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커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구성 협상은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헤르초그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면 해당 인물에게는 다른 정당들과 협상해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28일이 주어진다. 필요할 경우 14일을 추가로 요청할 수 있다. 첫 번째 후보자가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다른 후보자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으며,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에 따르면 과거 정부 구성에는 대체로 20~100일이 걸렸다. 이스라엘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극심한 정치적 교착 상태로 총선을 다섯 차례 치른 전례도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협상이 장기화하는 상황이 오히려 네타냐후 총리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그가 과도정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어느 진영도 확실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스라엘이 다시 장기간의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