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블룸버그통신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으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독보적인 속도와 압도적인 가성비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임상 1상 환자당 비용은 글로벌 기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환자 모집 속도도 2~5배 빠르다. 대형 병원 1곳에 환자가 집중돼 있고, 전문 환자 모집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어서다.
특히 중국의 ‘연구자 임상’(IIT·Investigator-Initiated Trial) 제도가 핵심 유인책으로 꼽힌다. 국가 약품감독관리국(NMPA)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 없이 병원 윤리위원회의 승인만으로 신속하게 초기 환자 투여를 시작할 수 있다.
실제 아스트라제네카는 2024년 인수한 그라셀의 ‘CAR-T’ 세포치료제를 중국에서 사전 검증한 뒤 글로벌 임상 3상으로 신속히 진입시킨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노바티스와 로체 역시 상하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초기 임상 역량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빅파마부터 바이오 스타트업들까지 중국 임상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심해지는 양상이다.
수잔 갈브레이스 아스트라제네카 부사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중국에서의 임상은 압도적인 속도와 절감된 비용이라는 두 가지 이점을 모두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중국의 임상시장 독주에 미국과 유럽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뱅상 그룬츠 스위스암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년간 스위스 내 학술 임상시험이 극도로 감소했다”며 “유럽의 바이오 주도권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커미셔너 지명자인 하이디 오버턴도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바이오 제약 분야의 임상 주도권을 잃는 것은 국가 헬스 안보를 잃는 것”이라며 “이는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 보건복지부(HHS)는 규제 문턱을 낮춰 미국내 초기 임상시험 속도를 올리는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유럽연합(EU) 역시 임상 절차를 간소화하는 ‘바이오테크 법’을 발의한 상태다.
중국의 임상 독주 가운데에서도, 일각에선 ‘차이나 스피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의 한 연구자 임상에서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투여받은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최근 현지에서 임상 중 환자 사망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국가 승인을 거치지 않는 연구자 임상 특성상 데이터 투명성과 안전 관리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 FDA는 지난달 “해외에서 수집된 임상 데이터가 FDA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신약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제이슨 켈리 기코 바이오웍스 CEO(미 국가안보신흥바이오위원회 전 위원장)는 블룸버그통신에 “최근의 안전성 논란으로 인해 중국행을 고민하는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은 중국에게 더 엄격한 글로벌 표준 준수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