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이 맡기는 데 월 458만원…美부모들 시청 앞 몰려갔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30일, PM 05:3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보육료가 치솟으면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욕 도심의 한 어린이집은 2세 반 보육료로 월 3415달러(약 457만7808원)를 받는다.

30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뉴욕시 보고서 기준 시내 0~2세 어린이집의 2024년 평균 보육료는 연 2만6000달러(약 3485만3000원)로 2019년보다 43% 올랐다. 같은 기간 뉴욕시 물가상승률(20%)과 평균 시급 상승률(1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6월 17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보육 지원 확대 기자회견에 아이들과 함께 참석한 시민들. (사진=AFP)
지난 6월 17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보육 지원 확대 기자회견에 아이들과 함께 참석한 시민들. (사진=AFP)
◇“보육료로 연 4800만원”…부부 소득 10%가 보육비

이달 중순 뉴욕시청 앞에서는 보육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참가자들은 “보육료로 1년에 3만6000달러(약 4825만8000원)를 내고 있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아이의 미래에 투자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데 쓸 수 있었던 돈”이라고 성토했다.

보육 문제를 조사하는 민간단체 ‘차일드케어어웨어오브아메리카(CCAoA)’가 47개 주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지난해 미국의 연평균 보육료는 1만3184달러(약 1767만3152원)로 2021년보다 23% 올랐다. 부부 합산 소득 중간값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39개 주에서는 두 자녀 보육료가 주택담보대출 상환액보다 많았다. 한부모 가정에선 보육료가 소득 중간값의 30%에 이른다.

일본 총무성 통계를 바탕으로 산출한 일본의 2세 보육료 중간값이 연 32만엔(약 272만1824원)인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지난 6월 17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보육 지원 확대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전쟁 말고 보육에 돈을 써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FP)
지난 6월 17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보육 지원 확대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전쟁 말고 보육에 돈을 써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FP)
◇코로나 이후 수요 폭증·인력난…“시한폭탄 터졌다”

유아교육 정책 전문가인 윌리엄 고믈리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물가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보육료도 함께 뛰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수요가 급감해 어린이집이 대거 문을 닫았는데, 일상이 회복되며 수요가 다시 몰리자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처우가 열악해 보육교사를 구하기 어려운 탓에 시설이나 정원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미국의 어린이집은 공적 지원이 부족해 민간에 맡겨진 탓에 물가 등 경제 여건 변화에 쉽게 흔들린다. 고믈리 교수는 “보육 문제는 ‘시한폭탄’이었다”며 “누구나 문제를 지적했지만 결국 위기로 번졌다”고 말했다.

로리 말도나도 컬럼비아대 겸임 조교수는 “미국에서 취학 전 보육은 ‘사적인 일’로 여겨져 가족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치솟는 보육료는 젊은 세대의 출산과 엄마들의 취업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 말도나도 교수는 “공공 보육은 아이들을 빈곤에서 구해내는 길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사진=AFP)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사진=AFP)
◇맘다니 ‘무상보육’ 공약…선거판 흔드는 보육료

공공 보육 확대 요구는 선거판도 흔들고 있다. 지난해 가을 뉴욕시장 선거에서 ‘생활비 부담 경감’을 앞세워 당선된 조란 맘다니 시장은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무상보육을 제공하는 ‘보편적 보육’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무상보육 대상을 현재 ‘3세 이상’에서 ‘생후 6주 이상’으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뉴욕시는 올해 2세 무상보육 시범 운영에 들어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3세 이상도 오후 3시 이후 돌봄과 두 달간의 여름방학은 무상보육 대상에서 빠져 있다.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부 민주당 후보들도 보육 지원 확대를 외치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선 아직 근본적인 개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연방 취학 전 교육 프로그램 ‘헤드스타트’의 학급당 인원과 교육 내용 기준을 완화하는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믈리 교수의 추적 조사에 따르면 4세 보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읽고 쓰는 능력을 일찍 익혔고, 대학 진학률도 12%포인트 높았다. 그는 “부모가 감당할 만한 시설을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은 아이들에게 결코 건강하지 않다”며 “2028년 대선에선 보육이 틀림없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사히신문의 한 편집위원은 10년 가까이 전 뉴욕 특파원 시절 3세 딸을 맡긴 어린이집 보육료가 월 2600달러(약 348만5300원)였는데, 지금은 4000달러(약 536만2000원) 가까이로 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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