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전자 시세판에 10년물 국채 금리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AFP)
대표적인 사례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다. 알파벳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엔화채를 발행해 5765억엔을 조달했다. 일본 엔화채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조달 자금은 AI 개발과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조달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집중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알파벳은 엔화채 외에도 유로화와 스위스프랑 표시 채권을 발행했으며, 아마존도 지난 9월 처음으로 파운드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대만 폭스콘의 모회사인 훙하이정밀공업도 지난 9월 싱가포르 자회사를 통해 9년 만에 엔화채를 발행해 1019억엔을 조달했다. 폭스콘은 AI 서버 등을 생산하는 주요 제조업체다.
일본 채권시장의 투자 환경 변화도 해외 기업의 자금 조달을 뒷받침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에는 채권 투자로 충분한 수익률을 확보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회사채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고신용 해외 발행사들의 진출도 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보험은 지난 7월 처음으로 엔화채를 발행해 500억엔을 조달했고, UBS그룹도 6월 7년 만에 발행에 나섰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8월 19년 만에 200억엔 규모의 엔화채를 발행했다.
문제는 해외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확대가 일본 기업들의 조달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올해 1~9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약 12조엔으로 미국의 300조엔에 달하는 규모와 비교하면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다.
일본 기업들도 해외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기업의 외화채 발행액은 1100억달러(약 18조엔)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소니그룹은 지난 6월 28년 만에 외화채를 발행해 10억달러를 조달했다.
고이데 마사히로 미즈호증권 집행임원은 “AI 산업과 국가까지 포함한 세계적인 자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