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만 믿다가 큰일 난다"…'주가 폭락 대비책' 마련한 월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2일, AM 07:42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월가에서 인공지능(AI) 투자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동안 AI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투자자들이 최근 관련 기업의 주가 급락과 신용위험 확대에 대응해 풋옵션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헤지(위험 회피) 수단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날 시카고옵션거래소에 따르면 AI 클라우드 업체인 코어위브와 연계된 풋옵션 계약 거래량은 지난달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풋옵션은 주식을 미래의 특정 시점까지 정해진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로, 주가 하락 위험을 방어하는 수단이다.

코어위브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상품 중 하나는 2028년 만기, 행사가격 35달러의 풋옵션이다. 주가가 35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권리 행사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지난달 30일 기준 코어위브 종가는 54.87달러로, 최근 한 달 동안 38% 넘게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도 AI 투자 위험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채권 데이터 제공업체 솔브에 따르면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CDS 프리미엄은 최근 한달 동안 치솟아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어위브 로고 (사진=로이터)
코어위브 로고 (사진=로이터)
CDS는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 성격을 지닌 신용파생상품이다. CDS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비하는 비용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오라클의 CDS 스프레드는 100bp(1%포인트) 넘게 확대됐다.

솔브 공동창업자인 유진 그린버그는 “예외가 없었다는 점은 개별 기업의 특수한 신용 사건보다는 해당 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AI 투자에 대한 낙관론이 최근 시험대에 오른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AI가 경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술주와 반도체주 등이 상승했지만, 최근 일부 기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알파벳, 인텔 등이 아쉬운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는 폭락했다. 이 여파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30일 2.9% 하락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구매에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기관들이 요구하는 금리가 높아지고 있고, 막대한 차입금에 의존하는 코어위브 같은 AI 클라우드 기업,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주가와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불안감은 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여파로 향후 컴퓨팅 수요 감소나 공급 증가로 컴퓨팅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파생상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일부 예측시장에선 특정 미국 주정부의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조치와 연계된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헤지 수요 증가가 반드시 AI 투자에 대한 비관론 확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점프 트레이딩의 데이브 올슨 사장은 “우리 집에 불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처럼 보험이 반드시 비관론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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