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AI시대, '진정한 창작' 고민 계기 될 것...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2일, PM 01:26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슈퍼마리오·젤다의 전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대표이사 펠로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창작의 문턱을 낮추는 시대에도 인간 창작자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야모토 펠로는 3일 게임업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일본 문화훈장을 받는다. 이는 일본 정부가 학문·예술 등 문화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인물에게 주는 최고 권위의 훈장이다.

지난해 5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유니버설 에픽 유니버스 테마파크 그랜드 오픈 기념 행사에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대표이사 펠로우가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5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유니버설 에픽 유니버스 테마파크 그랜드 오픈 기념 행사에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대표이사 펠로우가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야모토 펠로는 훈장 수훈을 앞두고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에서 “AI가 여러 작업을 대신해 줄수록 진짜로 ‘만든다’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가 생긴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게임 제작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느냐’는 일본 언론의 질문에 그는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을 꺼냈다. 대학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미야모토 펠로는 “우리 때는 글자를 예쁘게 쓰는 ‘레터링’을 배웠다”며 “그런데 컴퓨터가 발전하자 그때 비로소 레이아웃 감각이나 개인의 디자인 능력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손기술을 기계가 대신하자 오히려 사람의 감각과 안목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미야모토 펠로는 AI도 같은 흐름에 있다고 봤다. 그는 “지금까지도 복사해 붙여넣기만으로 만든 디자인은 있었겠지만, 그런 건 역시 남지 않는다”며 “개인이 무언가를 디자인하려는 의도를 갖게 만들고, 해당 작업을 컴퓨터가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개발 개발자들에게 건넨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미야모토 펠로는 “어떤 게임의 열성 팬이라서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겠다’는 데서 출발하는 건 그만두는 편이 좋다”며 “스스로 ‘정말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까지는 자기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기존 작품을 바탕으로 개조하기보다는 “이런 걸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열심히 만드는 편이 더 즐겁고 일의 보람도 크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 시부야의 닌텐도 스토어에 '슈퍼마리오' 캐릭터가 배치돼 있다. (사진=AFP)
일본 도쿄 시부야의 닌텐도 스토어에 '슈퍼마리오' 캐릭터가 배치돼 있다. (사진=AFP)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도 그가 지켜온 원칙이다. 미야모토 펠로는 “남과 같은 것을 하면 경쟁이 되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하려고 의식해 왔다”며 “독자적인 자세로 사용자에게 다가가 진지하게 만드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자란다면 기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을 “사용자에게 가장 진지하게 대응하는 미디어”라고 정의했다. 만든 사람이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주는 게 아니라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무언가’가 생겨난다는 설명이다. 미야모토 펠로는 “고객과 어떻게 만날지를 정성껏 고민해 온 것이 일본 게임산업의 강점”이라고 했다.

게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서는 ‘거실’을 키워드로 꼽았다. 어린 시절 1년 내내 장롱 위에 올려뒀던 닌텐도 보드게임을 설날이면 꺼내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비디오게임 시대에는 게임기가 거실 한가운데 자리 잡아 가족이 함께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와 조부모 세대도 게임을 해본 세대가 됐다”며 “3대가 모두 게임을 안다는 건 엄청나게 큰 일이다. 앞으로도 늘 거실 한가운데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미야모토 펠로는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한 획을 그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젤다의 전설’ 등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더 슈퍼 마리오 갤럭시 무비’ 제작에도 참여했다. 닌텐도 입사 50년이 된 그는 “이 나이가 되니 언제 못 하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하는 일을 즐겁게 이어가고 싶다”며 “노는 사람처럼 만드는 사람도 놀면서 만든다. 이것을 계속할 수 있다면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