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피바다"…정크본드 폭락에 헤지펀드 줄줄이 손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2일, PM 04:0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하이일드(투기등급) 채권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영역이 장기 폭락세를 이어가며 신용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이들 기업의 빚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헤지펀드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AFP)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AFP)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정크본드 가운데 최하위 등급인 ‘CCC’ 등급 기업의 채권 수익률은 유럽에서 21%, 미국에서 18%를 넘어섰다. 연초 각각 약 16%, 15%에서 빠르게 치솟은 것이다. 채권 수익률이 오른다는 건 그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전 세계적인 금리 상승은 빚이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AI)발 산업 지형 변화와 높은 에너지 가격을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유럽 시장은 프랑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까지 겹쳤다. 겁먹은 투자자들이 부실 기업 채권을 대거 내던지면서 유럽과 미국 일부 대형 하이일드 발행사들의 채권·대출 가격이 급락했다. 매도가 어려울 만큼 대규모로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떠안았다.

한 미국 대형 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완전히 피바다”라며 “모두가 다음 폭탄을 떠안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본전이 곧 수익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금난에 빠진 일부 기업 소유주들이 채권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자산을 옮기는 공격적인 전략을 쓰면서 매도세는 더 거세졌다. 스테판 초네프 스턴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모펀드 소유주들은 원래 투자금에서 크게 손실을 보고 있고 계약 조건은 느슨하다”며 “채권자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결과의 폭이 훨씬 넓어진 새로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신용 헤지펀드 중 하나인 아리니캐피털매니지먼트의 대표 펀드는 올해 26% 손실을 냈다. 아리니는 영국 고급차 업체 애스턴마틴과 파트리크 드라히의 알티스인터내셔널 채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자산을 채권자 손이 닿지 않게 옮기는 거래를 한 뒤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 미국 통신사 브라이트스피드에 건 베팅도 악화했다. 대형 멀티전략 헤지펀드들의 신용 트레이딩팀 여러 곳도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먼 매슈스 뉴버거버먼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부실 기업 채권의 매도 속도와 강도가 너무 커서 유명 특수상황 펀드 여러 곳이 포지션을 급하게 정리해야 했고, 이것이 가격 하락을 더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에선 특히 통신업종의 일부 대형 발행사에 부진이 집중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국 버진미디어의 220억파운드(약 39조4370억원) 규모 채권·대출 가격은 올해 폭락했다. 최우선 순위 채권이 액면가에 거래되던 비교적 안정적인 회사에서 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기업 중 하나로 전락했다. 런던 신용 헤지펀드 소나도 버진미디어 채권을 대량 보유했다가 피해를 봤다. 리버티글로벌의 네덜란드 이동통신사 보다폰지고 채권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정크본드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유럽에선 CCC 등급과 그보다 높은 BB 등급 채권 간 수익률 격차가 급격히 벌어졌다. 로트피 카루이 핌코 멀티에셋 신용전략가는 “우량한 기업은 부채 수준과 이자 상환 능력이 양호해 금리 상승을 감당할 수 있지만 CCC 등급 기업은 재무 여력이 훨씬 적다”며 “더 안전한 등급에서도 충분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굳이 CCC 등급에 손을 뻗을 이유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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