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값 올려도 버겁다…애플 덮친 메모리값 급등(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3일, AM 08:30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첫 실적 설명회에서 신제품과 인공지능(AI) 전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은 혁신에 대한 약속보다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압박에 주목했다. 애플은 제품 가격 인상에도 메모리 비용 상승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말 성수기에는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폴더블 아이폰 ‘듀오(Duo)’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폴더블 아이폰 ‘듀오(Duo)’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2일(현지시간) 애플은 2026회계연도 4분기(7~9월) 매출이 1144억8000만달러(약 154조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예상치 1133억9000만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연말 매출 전망은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매출총이익률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오후 6시12분 기준 애플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정규장 종가보다 2.91% 내린 328.49달러에 거래됐다.

◇“메모리 가격 전례 없는 수준”…재고 방어 효과도 약해져

케반 파레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0~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액 자체는 역대 분기 최고치를 예상했지만, 성장률은 직전 분기의 12%보다 낮은 수준이다. 매출총이익률 전망은 45~46%로, 7~9월의 47.9%를 밑돌았다. 7~9월 매출총이익률에는 관세 환급에 따른 약 1%포인트의 개선 효과가 포함됐다.

터너스 CEO는 어닝콜에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메모리 가격 상황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12월에는 메모리 비용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가격 인상과 기존 재고, 일부 비메모리 부품의 비용 하락이 이를 부분적으로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 6월 말 맥과 아이패드, 9월에는 아이폰 가격을 올렸다. 파레크 CFO는 이를 두고 “마지못해 가격을 조정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인상이 수요에 미친 영향은 공급 제약과 최근의 가격 조정 때문에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비용 압박은 연말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 터너스 CEO는 “10~12월 이후에도 메모리 구매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에 확보한 메모리 재고에서 얻는 이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에 확보한 재고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 10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애플 신제품 출시 행사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가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10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애플 신제품 출시 행사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가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아이폰은 기대 웃돌아…중국 실적엔 “매우 만족”

7~9월 아이폰 매출은 575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LSEG 예상치 565억4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맥 매출도 약 108억달러로 24% 늘었다. 반면 아이패드 매출은 62억2000만달러로 10% 넘게 감소했다.

중화권 매출은 175억4000만달러로 블룸버그 예상치 187억5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그러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21% 증가했다.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아니다.

터너스 CEO는 “중화권 실적에 매우 만족했다”며 아이폰과 맥이 성장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본토에서 아이폰 교체 구매자가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성공은 정말 훌륭한 제품을 갖춘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급 문제도 남아 있다. 애플은 7~9월 아이폰·맥·아이패드 공급이 제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연말에는 주로 메모리 부족으로 맥과 아이패드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새 폴더블 제품인 아이폰 듀오 역시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급 균형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애플 매장 앞에 아이폰 듀오(Duo)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서 있다. 이날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AFP)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애플 매장 앞에 아이폰 듀오(Duo)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서 있다. 이날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AFP)
◇시리 AI, 성장 기회이자 새로운 비용

터너스 CEO는 AI 시대에도 아이폰이 고객과 만나는 중심 기기라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그는 “아이폰을 지능적인 개인 허브로 생각한다”며 연락처와 메시지, 건강·금융 정보 등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시리 AI의 수익화 방향도 제시했다. 터너스 CEO는 서버 기반 모델을 사용하는 일부 기능에 사용량 제한이 적용될 것이라며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한 사람은 앞으로 확대된 이용 권한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가격이나 시행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AI 확산은 당장 비용도 늘린다. 파레크 CFO는 시리 AI의 클라우드 비용이 서비스 매출원가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기기에 포함된 서비스에 대한 매출 일부도 즉시 인식하지 않고 기기 사용 기간에 걸쳐 나눠 반영한다. 두 요인 모두 매출총이익률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매출은 7~9월 약 316억달러로 10%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10~12월 성장률 전망은 8~9%였다. 회사는 환율과 제3자 라이선싱 관련 부담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터너스 CEO는 이런 부담 속에서도 “우리는 제품 개발 계획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만큼 지출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첫 실적 발표에서 제품과 AI의 성장 가능성을 내세웠지만, 이를 비용 상승을 넘어선 이익으로 연결하는 과제가 함께 드러났다.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밀번에서 애플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AFP)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밀번에서 애플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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