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1세대 벤처' GMO의 추락…거버넌스 부실이 불러온 보안대참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3일, AM 09: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최근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은 IT·금융 대기업 GMO인터넷그룹을 두고 일본내에서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시대 초창기부터 성장을 거듭하며 150개 넘는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내부 거버넌스와 보안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사이버 공격 피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마가이 마사토시 GMO인터넷그룹 회장 겸 사장이 발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로이터)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사이버 공격 피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마가이 마사토시 GMO인터넷그룹 회장 겸 사장이 발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로이터)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구마가이 마사토시 GMO 회장 겸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시스템 취약점 보고가 있었음에도 자신에게 직접 보고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내부 보고 메커니즘 자체를 포함해 전면적인 제도 재검토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이미 외환증거금거래(FX) 서비스의 취약점이 내부에서 지적됐음에도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지 못한 배경엔 8300여 명에 달하는 조직 내에서 보안 위험 정보가 경영진으로 유기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거버넌스 부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GMO그룹은 1995년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이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올해 6월 기준 그룹사 157개, 상장 자회사 11개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연결실적 기준 매출액 2856억엔(약 2조 4338억원), 영업이익 571억엔(약 4866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비대해진 조직 규모에 비해 사이버 공격 대응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이번 FX 서비스 피해 외에도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자회사 GMO 리서치&AI에서 회원 정보 89만건이 유출됐고, ID·패스워드 관리 서비스 자회사에선 설정 오류로 4만 5030명의 고객 정보가 9년간 노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그룹내 보안 전문 자회사(GMO 사이버보안 바이 이에라에 등)를 통해 200여명에 달하는 최정예 화이트 해커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이들의 경고가 그룹 전체의 보안 강화로 연결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보 격리’(Silo) 현상이 GMO그룹의 뼈아픈 한계로 드러났다”고 짚었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GMO의 지배구조 문제도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룹 산하에 11개 상장사를 두는 기형적인 ‘모자 상장’(상장 자회사 중복 보유) 구조로 인해, 2017년 12월 주주총회 당시 행동주의 펀드인 홍콩 오아시스 매니지먼트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경고를 받아왔다.

안전성 우려가 확산되면서 GMO내 금융 자회사들의 실적과 고객 이탈에도 여파가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 지주사인 GMO파이낸셜 홀딩스는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에서 주력인 ‘GMO 클릭증권’ 등에서 평시대비 계좌 해지 및 자금 출금이 급증하고 있고, 신규 계좌 개설 신청도 급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이 결제 대행업계 선두업체인 GMO 페이먼트 게이트웨이 등 다른 핵심 자회사로 전이될 경우, 브랜드 신뢰도 전반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GMO그룹은 지난 6월 말 기준 5464억엔(약 4조 6562억원)의 현금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일시적 보상금 지급이나 재무적 악화로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피해 고객 위로금 지급, 손실 보상, 서비스 재개를 위한 시스템 교체 투자 등으로 향후 막대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구마가이 회장은 “해커의 침입을 완벽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항시 뚫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조직과 시스템의 ‘사이버 회복력’을 키웠어야 했다”며 “회사 차원의 대응 지연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고 총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터넷 1세대 벤처로 일본 정보통신 산업을 이끌어왔던 GMO가 이번 보안 대참사를 계기로 체질 개선과 거버넌스 쇄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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