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목소리 무단사용 금지"…日, 'AI 음성 라이선스' 시장 키운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3일, AM 09:5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최근 일본에서 성우와 배우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를 자산으로 라이선스화해 새로운 시장을 키우려는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목소리 무단 도용에 대한 규제와 함께, 정당한 이용을 통한 산업 육성이 동시에 추진되는 모양새다.

과거 일본 야마하가 개발한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를 사용해 개발한 음원이자 음원의 마스코트 '하츠네 미쿠'. (사진=뉴시스)
과거 일본 야마하가 개발한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를 사용해 개발한 음원이자 음원의 마스코트 '하츠네 미쿠'. (사진=뉴시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AI 음성복제 기술 발달로 소량의 데이터만 있으면 유명 성우나 배우의 목소리를 손쉽게 복제할 수 있는 음성 도용 문제가 최근 일본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인기성우 츠다 켄지로가 자신의 목소리를 모방한 영상의 삭제를 요구하며 동영상 플랫폼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도쿄지방법원은 지난 9월 “사람의 목소리 역시 일정한 경우 퍼블리시티권에 의해 보호받는 대상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성명, 초상, 목소리 등이 가진 상업적 가치를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퍼블리시티권이 규정하는 ‘성명, 초상 등’의 범위에 ‘목소리’까지 명시적으로 포함한 일본내 첫 사법 판단이다.

앞서 지난 8월 일본 법무성 전문가 검토회에서도 이와 동일한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의장인 타무라 요시유키 도쿄대 교수는 “별도 입법 없이도 현행법 해석만으로 무단 음성 복제에 대응할 수 있음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목소리 무단 도용에 대한 권리 보호 틀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면서 관련 업계는 이를 ‘공식 라이선스 자산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약 2600명의 성우와 배우가 가입된 일본배우연합(일배련)은 지난달 ‘음성 관련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성우·배우를 보호하는 동시에 콘텐츠 제작사와 AI 사업자가 적법하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일배련은 이토추테크노솔루션즈(CTC)와 협력해 공식 음성 데이터베이스인 ‘JVOXPRO’ 구축에 나섰다. 회원 동의를 받아 성우의 실제 목소리를 라이선스 가능한 자산으로 등록하고, 생성된 AI 음성을 관리·유통하는 식이다. 이미 상업용 음성 녹음 작업이 시작됐고,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요에 맞춰 연내 1호 상용화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케미즈 미치히로 일배련 부이사장은 “명확한 규칙만 정립된다면 AI는 공존의 대상”이라며 “생성된 AI 음성의 다채로운 쓰임새를 통해 성우와 배우들의 활동 기회가 오히려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배련과 CTC는 AI 음성 관련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까지 800억엔(약 7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음성 합성 기술이 새로운 문화와 시장을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론 야마하가 개발한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가 있다. 2007년 등장한 ‘하츠네 미쿠’ 등 보컬로이드 음원을 활용해 아마추어 작곡가들이 많은 곡을 선보였고, 이는 라이브 공연, 게임, 캐릭터 굿즈 등 다양한 지식재산(IP) 산업으로 성장했다.

타무라 도쿄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거부감이 있더라도 사업적 이점이 입증되면 사용이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며 “무단 이용에 대한 엄정한 경계와 기술 자체에 대한 평가를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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