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1억4000만달러 '인공 파도'…美 부유층 몰린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3일, PM 03:39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바다에서 수 백㎞ 떨어진 미국 유타주 사막에 인공 파도가 친다. 미국 개발업체들이 골프장 대신 인공 파도 풀(서프 라군)을 단지 한가운데 두고 부유층에게 집을 팔고 있다.

한 해변에서 방문객들이 보트 위에서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 해변에서 방문객들이 보트 위에서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텍사스·유타·애리조나주의 개발업체들이 서프 라군을 앞세운 고급 주택단지를 잇달아 분양하고 있다. 조성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도 부유층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대표 사례는 유타주 워싱턴시티의 ‘자이언 쇼어스’다. 현지 매체 세인트조지뉴스에 따르면 이 단지는 인공 파도 라군 하나에만 1억 4000만달러(약 1866억원)를 투입한다. 타운홈 22가구와 단독주택 43가구 등 모두 65가구를 짓고 있다. 전 가구를 단기임대용으로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기보다 임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는 얘기다. 분양 당시 이미 절반가량이 팔렸다.

이 단지는 2027년 6월 일반 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수로 쓸 수 없는 기수(汽水)를 끌어다 라군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그래도 물이 귀한 사막 지역에서 대규모 인공 시설이 물을 얼마나 쓰느냐를 두고 논란이 따라붙는다.

이런 단지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있다. 고금리와 주택경기 침체로 일반 주택시장은 얼어붙었지만 현금을 쥔 부유층 중심의 고가 주택 시장은 상대적으로 뜨겁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발업체로서는 가격에 덜 민감한 부유층을 겨냥해 단지의 차별화 요소를 만드는 전략이다. 한때 고급 단지의 상징이던 골프장 자리를 서핑 풀이 대신하는 셈이다.

서프 라군은 단지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시설로 쓰인다. 바다가 없는 내륙에서도 서핑이라는 레저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구매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자이언 쇼어스처럼 단기임대를 전제로 하면 구매자는 레저 시설을 누리면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라군 건설과 운영에 드는 비용이 큰 만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고가 주택 시장에서만 성립하는 모델이라는 한계가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막 지역에서 물을 많이 쓰는 시설을 짓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다. 개발업체는 식수로 쓸 수 없는 기수를 활용해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물 사용을 둘러싼 논란은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도 인공 서핑장이 잇달아 생기며 서핑 인구가 늘었다. 경기 시흥의 웨이브파크가 대표적이다. 리조트와 주택을 결합한 레저 단지 개발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볼 만하다. 다만 미국은 부유층 전용 고급 주택과 단기임대를 결합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미국에서 인공 파도 단지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부유층 수요가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자이언 쇼어스가 2027년 6월 문을 열어 임대 수익과 운영 성과를 보여주면 후속 단지 추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물 사용 논란이 규제나 지역 여론으로 번지는지도 변수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