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잘 지내?" 선박 침몰 해안에 전화 부스 '먹먹'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3일, PM 06:37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지난 2022년 일본에서 강풍에도 유람선 운행을 강행해 26명이 목숨을 잃는 ‘시레토코 유람선’ 참사가 발생했다. 최근 사고가 발생한 해역을 마주 보는 라우스초의 해변에 전화기 부스가 설치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4년 전 바다에서 실종된 가족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부스가 일본 홋카이도 해변에 생겼다. 지역 매체 (사진=구시로신문)
4년 전 바다에서 실종된 가족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부스가 일본 홋카이도 해변에 생겼다. 지역 매체 (사진=구시로신문)
3일(현지시각) 아사히신문과 구시로신문 등에 따르면 라우스초의 해변가에 파란 지붕을 가진 작은 전화 부스를 설치한 이들은 실종자 수색을 자원봉사로 이어온 사쿠라이 겐지 씨(63) 등 라우스초 주민들과 희생자 유족 A씨(54)다.

A씨는 전처와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사고로 잃었으며, 두 사람은 아직 행방불명 상태다.

지난 2022년 4월 23일 당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시레토코반도를 도는 유람선 ‘가즈원’이 악천후 속에 승객과 승무원 26명을 태운 채 가라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해역은 조수의 흐름이 빠르고 암초가 있어 평소에도 해상 사고 위험이 높은 곳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20명이 숨졌고 6명은 지금도 찾지 못했다. 침몰한 선체는 수심 120m 해저에서 발견됐다.

사쿠라이 씨는 “사고 4년이 지나도록 위령비가 세워지지 않았고 세워질 기미도 없어 무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높이 약 2m 남짓 부스 안에는 전선이 연결되지 않은 다이얼 식 검은 전화기가 한 대 놓여있다. 통화 기능이 없고 물론 녹음도 되지 않는다. 옆에는 마음을 적을 수 있는 노트가 있다. 벽에는 “여기에서 당신의 마음이 파도를 타고 소중한 사람에게 닿기를…”이라는 문구가 걸렸다.

그저 돌아오지 않는 그리운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름은 ‘바다의 전화’다.

유람선 '가즈원'이 침몰한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 반도. (사진=NHK 방송화면 캡쳐)
유람선 '가즈원'이 침몰한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 반도. (사진=NHK 방송화면 캡쳐)
부스가 문을 연 1일 A씨는 직접 수화기를 들고 “여보세요, 잘 지내? 보고 싶어”라고 말을 건넸다. 이어 “내가 슬프지 않게 하려고 발견되지 않은 것 맞지?”라는 말을 파도에 실어 보냈다.

A씨는 부스 옆으로 바다를 향해 나무 레일을 깔았다. 기차를 좋아했던 A씨 아들을 위한 것이다. 또 말이 하늘까지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A씨는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피해자 가족은 물론, 친구와 지인도 부담 없이 들러서 전하지 못했던 말을 전화로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쿠라이 씨는 “소리 내어 말을 거는 건 어렵다. 자기 방에서도 어렵다. 그걸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남겨진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유족들이) 마음속의 생각을 드러낼 안전한 장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바다의 전화’는 이와테현 오쓰치초의 ‘바람의 전화’에서 착안했다. ‘바람의 전화’는 지난 2011년 정원 디자이너 사사키 이타루 씨가 세상을 떠난 사촌과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 자택 정원에 설치한 것이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가족을 잃은 이들이 찾기 시작해 방문객이 3만 명을 넘었고, 지난 2020년에는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 등이 출연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