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리처드 텅 바이낸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도 “한 번의 실수나 한 번의 침해가 아니었다. 수개월에 걸쳐 구축된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해킹 직후 엔지니어 노트북 한 대가 뚫렸을 수 있다고 했다가, 이후 추가 침해 지점을 발견했다고만 밝혔다. 이번 조사로 침투 경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인공지능(AI) 발달로 해커들이 약점을 찾고 직원을 속일 새 도구를 얻으면서 가상자산 업계 해킹은 늘고 있다. 다만 FT는 이번 조사 결과가 해커 침투에 직원들의 실수가 큰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시작은 지난 6월이었다. 바이낸스 엔지니어 한 명이 유명 AI 코딩 도구를 설치하려다 변조된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 회사가 이를 감지해 기기를 교체했지만, 이미 이 엔지니어의 역할과 지갑 인프라팀 동료들의 정보가 해커에게 노출된 뒤였다.
지난 9월에는 또 다른 엔지니어가 구직 플랫폼에서 한 가짜 회사의 프로젝트 책임자라는 인물의 연락을 받았다. 면접관은 신뢰를 쌓으려고 개인 사진과 영상이 담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프로필까지 보여줬다. 바이낸스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속이는 ‘사회공학’ 수법 가운데서도 “이전보다 더 진화하고 기만적인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가짜 회사 CEO라는 인물과 SNS 메신저로 진행한 2차 면접에서 엔지니어는 면접 과제 파일을 내려받았다. 여기엔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었고, 이번엔 탐지되지 않았다.
해커들은 해킹 9일 전 이 엔지니어의 노트북과 바이낸스 사내 AI 도구를 이용해 지갑 업무를 맡은 엔지니어 2명의 노트북을 장악했다. 이 중 한 명은 6월 변조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던 엔지니어로, 코드 배포 권한이 있었다. 지난달 29일 해커들은 나머지 한 명의 노트북에 접속해 악성 스크립트를 실행, 공격을 개시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31일 북한 연계 해커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배후로 지목했다. 북한은 관여를 부인하고 있다.
수사당국과 보안 연구자들에 따르면 가짜 채용 면접은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사이버보안업체 팰로앨토네트웍스는 여기에 ‘전염성 면접’(Contagious Interview)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북한 해커들은 2022년 이 수법으로 블록체인 게임 ‘액시 인피니티’에서 5억9000만달러(약 7941억원)를 훔쳤다. 지난해엔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이번 사건 전까지 역대 최대인 15억달러(약 2조190억원)를 빼돌렸다.
해킹 직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와 서클 등은 해커 자금 30억달러(약 4조380억원) 가까이를 동결했다. 바이낸스는 고객 손실을 전액 떠안고, 회사 자금과 보험기금 2곳으로 도난 자산을 거의 다 채워 넣었다. 지갑 시스템과 사내 AI 도구도 새로 구축했다. 이틀 가까이 막았던 출금은 지난 1일부터 단계적으로 재개했다. 초기 수십억달러가 빠져나갔지만 이날엔 시간당 입금액이 출금액을 웃돌기 시작했다.
시장 충격도 제한적이었다. 비트코인은 해킹 직후 4% 넘게 떨어져 7만6000달러(약 1억230만원) 근처까지 밀렸다가, 이날 7만7600달러(약 1억445만원) 안팎으로 회복했다.
이허 바이낸스 공동 CEO는 올해 들어 북한 소행으로 의심되는 사이버 위협 57건을 탐지·차단했다며 “상당수를 막았지만 단 한 건을 놓친 대가는 혹독했다.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