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압승에 AI 데이터센터 제동 예고…빅테크 투자 변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4일, PM 10:10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규 개발 중단을 공약한 주지사 후보들이 잇따라 당선되면서다. 전기요금과 물 사용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규제 강화로 이어지면 빅테크의 AI 서비스 확대와 관련 장비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조지아주 페이엣빌에 위치한 QTS 데이터센터 단지의 모습. QTS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소유한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다. (사진=로이터)
미국 조지아주 페이엣빌에 위치한 QTS 데이터센터 단지의 모습. QTS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소유한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다. (사진=로이터)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등의 주지사 선거 결과로 미국 내 계획된 AI 데이터센터 증설 물량의 절반이 더 엄격한 심사와 지역사회 반대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해당 물량의 건설 중단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대 변수는 텍사스다.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텍사스는 2028년 가동 예정인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곳에서 수개월만 지연돼도 미국 전체 공급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지나 이노호사(Gina Hinojosa) 텍사스 주지사 당선인은 데이터센터 개발의 즉각적인 일시 중단을 요구해왔다.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가정용 전기요금을 보호하는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승인을 멈추겠다는 입장이다. 데이터센터 세제 혜택 폐지도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규제 강화의 배경에는 생활비 부담이 있다.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위해 전력망을 확충할 때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냉각용 물 사용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쟁점이다. AI 산업 육성의 편익보다 전기료 상승과 자원 부족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오하이오의 민주당 에이미 액턴(Amy Acton) 당선인도 개발업체가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신규 개발을 멈추는 조건부 중단을 공약했다. 조지아의 키샤 랜스 보텀스(Keisha Lance Bottoms) 당선인 역시 신규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재선에 성공한 펜실베이니아의 조시 셔피로(Josh Shapiro) 주지사는 투기성 사업과 주민이 반대하는 개발을 비판하며 심사 강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인프라 공급 지연에서 시작된다. 데이터센터 가동이 늦어지면 AI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연산능력 확보도 늦어질 수 있다. 메타·아마존 등이 대규모 AI 투자로 수익을 늘리려는 계획에도 부담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냉각장비 역시 설치 일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존 사업까지 일괄 중단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GLJ리서치의 고든 존슨은 전력과 인허가를 확보하고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전력은 확보했지만 주정부 환경 인허가를 받지 못한 사업은 12~18개월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준비가 덜 된 사업은 다른 주로 이전하거나 무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사업 축소보다 비용 증가와 일정 지연에 무게를 둔 분석도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선거 전 보고서에서 텍사스의 전력망 비용 분담·물 사용·세제 규정 강화가 전체 사업 물량을 크게 제한하기보다는 개발비와 충족 요건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핌코도 선거 전 분석에서 전면적인 중단 조치가 없더라도 인허가 기간이 길어지고 개발업체에 더 많은 양보가 요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반도체·장비업계도 미국 데이터센터의 실제 착공·가동 일정을 살펴야 할 상황이다. 규제 강화가 곧바로 AI 수요 감소를 뜻하지는 않지만, 사업 지연이나 이전에 따라 관련 제품의 발주·납품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향후 관건은 당선인들의 공약이 실제 어떤 규제로 구체화하고, 기존 사업에 어디까지 적용되느냐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