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화 외치더니 비용 옥죄기"…애플, 직원 'AI 예산' 전격 삭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5일, AM 10:57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애플이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의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사내 업무 전반에 AI 기술 도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애플의 표면적 행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로이터)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로이터)
5일 블룸버그통신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애플이 지난달 일부 엔지니어들의 AI 모델 사용시 적용되던 1일 지출 한도를 기존 300달러(약 41만원)에서 200달러(약 27만원)로 조용히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애플은 일부 엔지니어링팀의 하루 AI 관련 지출 한도를 최대 100달러(약 13만 7000원) 수준까지 추가 삭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애플내 엔지니어링 이외 다수의 부서엔 하루 100달러의 제한이 적용되고 있다. 애플 내부에서는 해당 한도를 최저 25달러(약 3만 4000원)까지 낮추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업무상 더 높은 예산이 필요한 임직원은 경영진의 별도 예외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이번 예산 삭감 조치는 AI 모델이 데이터 요청을 처리할 때 소비되는 단위인 ‘토큰’ 비용과 직결돼 있다. AI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소비된 토큰량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고, 고도화 모델일수록 가격은 더 상승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코드 작성이나 복잡한 디버깅 작업은 방대한 양의 토큰을 소모해 비용 부담을 키운다.

애플 임직원들은 현재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애플은 직원들에게 상대적으로 단가가 저렴한 모델을 사용하거나, 기기 내부에서 자체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 모델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내부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기존 300달러 한도를 끝까지 채워 쓰던 인원이 많지 않았던 만큼 지나치게 관대했던 기준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이번 조치를 전사적인 구조조정 및 인원 감원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애플의 일부 부서들은 외부 컨설팅사를 통해 조직 효율성 평가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9월 애플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존 터너스는 중간 관리자 단계를 줄이고 회사를 ‘더 빠르고, 더 날렵하게’ 운영하겠단 경영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애플의 전체 비용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애플의 최근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해 연구개발(R&D) 비용은 AI 및 인프라 투자 증가의 여파로 전년 동기대비 32% 급증했다. 전사 운영비용도 22% 오른 755억 달러(약 103조원)를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AI 비용 효율성을 따지는 경향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CT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애플의 예산 삭감 조치가 실제 얼마만큼의 재정적 절감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고도화된 AI 도구에 의존하던 핵심 인력들이 일일이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불편을 겪게됨에 따라 생산성 저하라는 또 다른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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