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킴 제프리스 미국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민주당 하원선거대책위원회(DCCC)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생활물가, 책임, 미국의 가치를 3대 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취임 100일 안에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예산 삭감과 트럼프 관세를 되돌리고, 저소득층 식품 지원 예산 복원, 오바마케어 세액공제 연장, 이란 전쟁 종식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부당한 가격 인상(폭리) 근절, 연방대법원 난맥상 정리, 의원들의 주식 거래 금지도 약속했다.
일부 진보 성향 후보들이 그를 의장으로 뽑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서 그가 표를 얻기 위해 양보해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30석 넘게 앞설 것으로 보이면서 이런 우려는 사라졌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내년 1월 새 의회가 열리면 무난히 의장에 오를 전망이다. 하원의장은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직 승계 서열 2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날 밤 측근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우리는 이겨야만 한다. 2026년에 이기지 못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당의 예상마저 뛰어넘는 압승을 이끌었다.
그는 1980년대 뉴욕 브루클린 크라운하이츠의 노동자 가정에서 자랐다. 당시 이 지역은 흑인 운동의 중심지이면서 ‘크랙 코카인’(코카인의 일종)이 퍼져 범죄가 들끓던 곳이었다. 부모는 사회복지사와 약물중독 상담사였고, 그는 어린 시절 흑인 교회에서 안내 봉사를 했다. 오랜 정치 참모 루페 토드-메디나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유리천장을 깨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선거 당일 밤 “우리가 해냈어, 브루클린”이라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그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점찍은 후계자가 아니었다. 2018년 민주당 의원총회 의장에 오르며 ‘첫 흑인 하원의장’ 후보로 주목받았고, 펠로시 전 의장이 물러난 2022년 만장일치로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다만 펠로시 전 의장이나 당내 최대 세력인 진보 진영보다 훨씬 온건하다. 기득권 인사로 비친다는 점에서 당내 반감도 있다.
공개 충돌을 피하고 오래 숙고하는 신중한 성격이어서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평가도 받는다. 측근인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은 “의장이 되면 표결의 엔진이 된다. 하킴은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친이스라엘 성향은 진보 진영과의 갈등 요인이다. 올해 당선된 민주사회주의 성향 의원들은 그를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와 지나치게 가깝다고 본다. 그는 올해 초 하원 민주당 의원 절반 가까이가 지지한 이스라엘 원조 중단안에 반대했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의미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아직 베이비붐 세대가 많은 의회에서 X세대인 그는 연설에 힙합 가사를 자주 인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 첫 탄핵 심판 때는 같은 브루클린 출신 래퍼 노토리어스 B.I.G.(비기 스몰스)의 가사로 변론을 마무리했고, 올해도 제이지의 가사를 인용해 공화당을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