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엔지니어 사냥 나선 中…파격지원에 업계 '비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5일, PM 05:4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해외 경력 엔지니어를 공격적으로 영입하면서 ‘반도체 인재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핵심 인재를 지키려는 기업들은 영업비밀 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엔지니어 머릿속에 든 기술까지 막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AFP)
(사진=AFP)
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삼성전자 출신으로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합류한 전직 직원은 지난달 22일 서울고법에서 삼성전자 기술 유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1심 징역 7년에서 감형됐다. 이 직원은 2016년 CXMT로 이직했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유출된 기술은 삼성전자가 1조6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18나노 D램 공정 기술이다.

CNBC는 이번 사건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기존 강자들을 바짝 추격하는 가운데 인재 확보 경쟁과 영업비밀 보호가 갈수록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앞서 2023년엔 한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직 D램 연구원의 미국 마이크론 이직을 막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2년간 경쟁사 취업을 금지한 약정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의 한 전직 직원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걱정거리는 중국 업체가 아니라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기존 경쟁사로의 인력 유출이었다. 삼성전자는 2년간 경쟁사 이직을 금지하는 조항을 근로계약에 넣고, 일부 퇴직자가 어디로 옮기는지도 지켜봤다고 한다. 이 직원은 “한 명이 떠나는 문제만이 아니었다. 남은 직원들에게 경쟁사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위원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 주택, 가족 지원까지 내걸고 해외 경력 엔지니어를 영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노하우가 미국의 수출 통제로 첨단 장비 확보가 막힌 중국 업체들이 기술적 난관을 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때 기존 강자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의미 있는 경쟁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CXMT의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이 1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CXMT는 지난 7월 상하이 커촹반(과학혁신판) 상장으로 약 86억달러(약 11조5455억원)를 조달했다.

최 연구위원에 따르면 기존 업체들은 핵심 엔지니어를 붙잡기 위해 법적 보호와 내부 보안을 강화하고 보상 체계를 손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일부 반도체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유출 처벌을 높였다. 그는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수출을 늘리면 영업비밀 관리 문제가 지식재산권(IP)과 법률 분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각국 법조계는 반도체 영업비밀 보호가 특히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제이미 양 대만 이노바투스 법률사무소 파트너에 따르면 대만은 퇴직 후 경쟁사 취업 금지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하고, 이 기간 회사가 퇴직자에게 월평균 임금의 절반 이상을 보상하도록 한다. 그는 “한 사람이 생산라인 전체를 다른 회사에서 재현할 만큼 알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인재 이동은 다소 늘고 영업비밀 소송도 증가할 것으로 봤다.

싱가포르 리앤리 법률사무소의 제커라이아 챈 파트너는 “엔지니어가 한번 알게 된 정보는 되돌려 받을 수 없다”며 “엔지니어의 전문성과 회사 고유 정보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이 없다”고 지적했다. 외부에선 완제품만 보이기 때문에 경쟁사가 영업비밀을 썼다고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제저민 퓨인스 루이스실킨 홍콩 소송 책임자에 따르면 홍콩 법원도 경쟁사 취업 금지 조항은 꼭 필요한 범위에서만 인정하는 편이다. 그는 “영업비밀이 직원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라며 무엇이 영업비밀인지 명확히 정하고 접근을 제한하는 장치를 갖추는 게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삼성전자와 CXMT는 CNBC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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