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유층 "은퇴엔 260만달러 필요"…모은 돈은 52%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5일, PM 04:42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자산이 넉넉한 미국인도 은퇴 준비에는 자신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의 사무실 밀집 지구를 걷는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의 사무실 밀집 지구를 걷는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포천은 3일(현지시간) HSBC가 투자 가능 자산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인 미국 투자자를 조사한 결과를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입소스가 수행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은퇴에 평균 260만달러(약 35억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목표액은 1년 새 26% 올랐지만 지금까지 모은 돈은 목표의 52%에 그쳤다. 목표액이 빠르게 오르는 사이 저축은 절반을 겨우 넘긴 셈이다.

의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올해 65세에 은퇴하는 사람이 은퇴 후 쓸 의료비는 평균 18만5500달러(약 2억5000만원)로 1년 전보다 7.5% 늘었다. 의료비 증가는 은퇴 자금 목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자산이 많은 계층에서도 노후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 주는 조사다. 다만 이번 조사는 투자 가능 자산이 10만달러 이상인 투자자만 대상으로 해, 일반 가계 전체의 상황과는 다를 수 있다.

세대별로 보면 은퇴가 가까운 세대일수록 준비 상태가 나았다. HSBC 조사에서 목표액 대비 달성률은 베이비붐 세대가 74%로 가장 높았고 X세대는 55%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42%, Z세대는 45%로 둘 다 절반에 못 미쳤다. Z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보다 소폭 높았다.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젊은 층은 저축할 기간이 길지만, 목표액이 계속 오르면 채워야 할 금액도 함께 커진다.

일반 미국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블랙록 조사에서 미국인이 은퇴에 필요하다고 본 금액은 약 210만달러(약 28억원)였다. 그러나 응답자의 62%는 저축이 15만달러(약 2억원)에 못 미쳤다. 두 조사는 대상과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부유층이 아닌 일반 미국인 사이에서도 필요하다고 보는 금액과 실제 저축액의 격차가 크다는 점은 확인된다.

상속을 바라보는 인식도 조사에 드러났다. HSBC 조사에서 부유층 응답자의 31%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자신의 장기요양 비용 등을 우선하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꼴이다. 노후에 돈이 모자랄 수 있다는 불안이 본인의 돌봄 비용을 먼저 챙기겠다는 응답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의료·요양 비용이 오를수록 이런 응답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포천은 트랜스아메리카 연구소(Transamerica Institute)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은퇴 시장에 ‘퍼펙트 스톰’이 닥쳤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악재가 동시에 겹쳐 충격이 커지는 상황을 뜻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은퇴 목표액 상승, 의료비 증가, 낮은 목표 달성률이 한꺼번에 확인됐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조차 목표의 74%를 채웠을 뿐이다.

결국 은퇴 준비는 자산 규모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필요하다고 보는 금액이 1년 새 26% 오르고 은퇴 후 의료비도 7.5% 늘면서 채워야 할 목표 자체가 높아졌다. 은퇴 자금을 얼마로 잡느냐가 노후 불안의 크기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달성률이 낮은 만큼 저축 속도가 목표 상승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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