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웨이브 후폭풍…美기술주 3300조원 시총 증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6일, AM 07:44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인공지능(AI)에 회의적인 정치인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폭락했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존의 AI 거품론과 맞물리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44% 내린 51523.06을 나타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36% 내린 7353.7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52% 내린 2만4315.00에 각각 거래됐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로 시장이 혼란에 빠진 이후 최악의 하루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닥종합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이날 증시 급락으로 나스닥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약 2조5000억달러(약 3300조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7대 대형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7’의 시가총액도 이날 오후까지 약 1조달러(약 1357조원) 증발했다. AI 열풍의 상징인 엔비디아는 9.26% 급락하면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연초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메리디언에쿼티파트너스의 조너선 코피나 선임 매니징파트너는 “시장의 기반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며 “앞에 놓인 온갖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은 여전히 극도로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로고(사진=로이터)
엔비디아 로고(사진=로이터)
이번 폭락은 AI 산업에 대한 기존의 우려에 정치적 악재가 겹친 결과다. 최근 막대한 부채를 쌓아 사업을 확장해 온 AI 기업들을 중심으로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아마존과 알파벳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불안감이 확산한 가운데 민주당의 의회 장악과 데이터센터 규제를 공약한 주지사들의 당선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매도세는 기술주를 넘어 증시 전반으로 번졌다. 이날 S&P500지수의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최근 AI 관련주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다른 업종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피나는 “기술주가 시장 상승을 주도할 때는 그 흐름에 편승하기 쉽지만, 기술주가 타격을 받으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AI 산업 내부에서는 핵심 기술기업과 공급업체 간 주가 차별화도 나타났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반도체 제조업체와 건설·설비 계약업체, 인프라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축소할 여지가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자)들의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 수석 시장전략가는 “AI 인프라 기업, 특히 반도체와 메모리 기업들은 S&P500 기업들의 이익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며 “예상되는 정책 변화로 인해 내년도 기업이익 전망치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은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가장 많은 텍사스주를 주목하고 있다. 텍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약 14%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공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주요 선출직을 차지했다.

민주당 소속 지나 이노호사 텍사스 주지사 당선인은 내년 주의회가 소집돼 데이터센터 관련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입법할 때까지 신규 건설 승인을 계속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이 지연되고 AI 인프라 확대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용투자 전문 헤지펀드 포르자투자그룹의 마크 멜키오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7월이나 8월만 해도 상황이 이처럼 복잡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일부 프로젝트는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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