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지난달 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추정가 약 63억 달러(약 8조 7000억원) 상당의 자산이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인 ‘트레이더트레이터’의 범행으로 공식 결론지었다.
이들은 탈취한 가상자산을 이더리움(ETH)으로 환전한 뒤, 제재망을 피해 러시아의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2일 담화를 통해 바이낸스 해킹 사건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김 부장은 “미국은 전 세계의 사이버 사기 활동이 마치 우리의 소행인 것처럼 국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일본, 한국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제재심의팀(MSMT)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최소 28억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 올 들어 AI 기술까지 접목되며 피해 규모는 더 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당국은 주 해킹 집단이 북한의 공작 기관인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 조직에 속해 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해외 거점에서 운용하는 북한의 해커 수가 약 8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등 제3국에 거점을 두고 가짜 사이트 구축, 피싱 이메일 유포 등을 통해 외화벌이용 가상자산 탈취 및 군사 데이터 절도를 감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의 수법은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지난 8~9월 한국 공공기관과 기업을 겨냥한 공격에선 표적별 맞춤형 악성코드가 침투된 PDF 문서 100여건이 불과 수분 만에 대량 생성됐다. 이는 생성형 AI가 직접 활용됐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타깃 단말기를 감염시키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과정을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제이드스리트’로 불리는 북한 해커 집단은 실존하지 않는 유령 기업의 채용 담당자로 위장해 기술자들에게 헤드헌팅 제안을 보낸 뒤, 응한 대상자와 실제 화상 면접까지 진행했다. 면접 과정에서 기술자의 단말기에 정교한 악성 프로그램을 침투시켜 가상자산 관련 정보를 탈취하는 식이다. 바이낸스 해킹 역시 이같은 채용 위장 수법이 최초 침투 경로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