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통령, 트럼프 원조 중단에 "날벼락"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6일, AM 11:3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원조 중단 선언에 대해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총선 이후 새 정부 구성을 앞둔 가운데 최대 후원국의 지원이 끊길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사진=AFP)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사진=AFP)
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헤르초그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경쟁자인 가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샤르당과의 면담에서 “미국의 원조 문제가 매우 걱정스럽다. 이 소식은 나에게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 2028년까지 유효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있고, 이는 핵심 목표 중 하나”라며 “그러니 선거를 되풀이할 게 아니라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간선거 당일인 지난 3일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를 올해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를 살 수 있도록 매년 38억달러(약 5조1528억원)를 지원하는 양해각서의 공식 만료 시점보다 2년 앞당긴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밝히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직 공개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왜 모두에게 40억달러(약 5조4240억원)씩 주지 않느냐’고 하면 곤란한 얘기가 된다”며 “이스라엘은 우리의 넘버원이고, 우리는 누구보다 이스라엘에 많이 주는데, 이제 이스라엘은 그게 필요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채널12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서 점점 인기를 잃고 있는 군사 원조를 옹호했다.

허커비 대사는 “미국인들은 이 관계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미국이 무엇을 쏟아붓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얻느냐의 문제”라며 “우리가 미국인들이 이스라엘과의 동반자 관계를 인식하고 고마워하도록 돕는 일을 잘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이 관계는 매일 그들의 삶에 도움이 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중간선거 공화당 패배에 한몫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쓴 JD 밴스 부통령과도 의견을 달리했다. 허커비 대사는 “보수 진영과 공화당 안에서 이스라엘 지지가 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도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 총선 이후 그는 이틀에 걸쳐 새 크네세트(의회)에 입성한 모든 정당 대표들과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아이젠코트가 새 의회 과반의 지지를 얻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초정통파 연립 파트너 한 곳이 지지를 거부하면서 46석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과반인 61석에 크게 못 미쳤다. 아이젠코트는 67석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이 가운데 19석이 아랍계 정당 의석이어서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를 끌어내리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오는 8일 누구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줄지 결정할 예정이다. 그는 “협의 결과는 분명해 보일 수 있지만, 법이 내게 부여한 권한은 누가 정부를 구성할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며 이는 완전히 분명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야샤르당은 이날 저녁 성명에서 자신들이 정부 구성 권한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 구성 권한을 받은 후보는 28일 동안 다른 정당들과 내각 자리, 예산, 정책을 협상하게 되며 14일 연장할 수 있다. 실패하면 권한은 다른 후보에게 넘어가고, 그마저 실패하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는 네타냐후 총리가 과도정부 총리직을 유지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여전히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아랍계 정당들이 뇌물, 외국 자금, 부정선거로 선거를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은 네타냐후 총리가 오는 10일로 예정된 크네세트 개원을 늦추고, 의장을 야권 의원으로 교체하려는 계획을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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