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편 겨냥 허위 폭탄 위협 확산…언론사도 표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7일, AM 07:11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유럽 전역에서 항공편을 대상으로 한 허위 폭탄 위협이 잇따르는 가운데 아일랜드와 불가리아 언론사까지 표적이 됐다. 유럽 당국은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공격’의 일환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불가리아 노바TV와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에 ‘미하일 안드로포프’라는 인물이 보낸 것으로 주장하는 폭탄 위협 이메일이 접수됐다. ‘서방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발신자는 최근 잇따른 폭탄 위협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유럽 전역의 교통수단을 겨냥한 일련의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RTE는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방송을 중단했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Sky) 역시 보안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폭파 위협을 받은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사진=로이터)
폭파 위협을 받은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사진=로이터)
다만 이메일 발신자의 신원과 발송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항공편을 겨냥한 기존 위협과 동일 인물의 소행인지도 불분명하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이달 2일부터 유럽 각국의 항공편을 대상으로 허위 폭탄 위협이 잇따르면서 확산했다. 3일에는 약 6편, 5일에는 24편이 넘는 항공편이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일부 항공기는 예정에 없던 공항에 착륙했고, 다른 항공기들은 전투기의 호위를 받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날도 체코 프라하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던 위즈에어 항공편이 베네치아로 회항했다. 이밖에도 포르투칼, 프랑스 당국 등에 허위 폭탄 위협이 접수됐다. 현재까지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위협을 받은 항공편은 모두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럽 당국은 잇따른 폭탄 위협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국가들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공격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허위정보 유포, 사이버 공격, 기반시설 파괴공작 등 다양한 수단을 결합해 상대국의 안보와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전략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실행할 수 있고, 공격 주체가 책임을 부인하기 쉬우며, 상대국의 무력 대응을 촉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많은 유럽 당국자들은 러시아를 하이브리드 공격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유럽이 “하이브리드 공격과 일종의 심리전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폭탄 위협은 유럽 전역에서 잇따른 파괴공작 및 공격 시도와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독일의 변전시설과 발트해 지역의 방위산업 관련 시설은 물론 프랑스 등지의 슈퍼마켓 냉장설비까지 공격 대상이 됐다.

헤나 비르쿠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기술 담당 집행위원은 전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2022년 이후 핵심 기반시설 파괴공작, 드론 영공 침범, 사이버 침해, 선거 개입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공격에 직면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며 “이러한 작전의 목적은 우리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시민들 사이에 불신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리드 공격의 배후가 언제나 러시아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고 강조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폭탄 위협 역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나 자금을 지원해온 유럽 국가들을 응징하려는 의도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특정 세력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거짓 단서를 남겼거나, 기존 사건을 모방한 위협 또는 개인적인 불만에 따른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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