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엥겔라브 광장에서 열린 반미 집회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미국·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그려진 대형 광고판 앞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 광고판은 이후 불태워졌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란 전쟁이 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지난 4일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가 진 이유는 전쟁”이라고 더 분명히 적었다.
이란 강경파는 공화당 패배를 이란의 승리로 자축했다. 강경 성향 매체 라자뉴스는 칼럼에서 미국이 “대가를 치르기” 전엔 “출구”를 줘선 안 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른 합의로 빠져나가게” 둬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칼럼은 “전쟁의 그림자를 피하는 유일한 길은 힘을 키우고 미국과 에너지 가격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해 적이 후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은 8개월째 교착 상태다. 이란 협상단은 최근 테헤란과 카타르 도하를 오가며 카타르의 중재 아래 핵 협상 개시와 종전을 위한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하미드레자 아지지 선임 분석가는 “이란 지도부는 선거 결과를 대미 전략이 옳았다는 증거로 본다”며 “합의 조건에 대한 이란의 입장은 더 강경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 양보를 얻지 못한 채 ‘임무 완수’를 선언하기는 어렵고, 다른 선택지는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 양보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도 더 강하게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역내 당국자는 전쟁 재개 위험은 줄었지만 확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CNN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간선거 전엔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선거 이후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한 주 동안 이란 케슘섬을 공습했고, 양측은 협상을 깨지 않으려 공습 규모를 축소해 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가능하면 그 나라(이란)의 나머지까지 파괴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야 할 수도 있다.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전도 빨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통화했고,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 등 9개국 외무장관과 연쇄 통화했다.
전문가들은 공개적으로 확전을 반기는 강경파와 달리 이란 지도부는 종전 합의를 원하되, 새로운 역내 영향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국제정책센터의 시나 투시 선임 비상주 연구원은 이란의 목표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 없이는 더 이상 이란을 고립시키거나 공격할 수 없는 지역 질서”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조건으로 ‘모든 전선에서의 종전’, 배상, 미군 철수, 제재 해제 등 7가지를 내걸었다.
이란도 대가를 크게 치렀다.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와 군 수뇌부, 핵 과학자, 민간인 수백명이 숨졌고, 미국의 해상봉쇄와 제재로 경제가 더 위축됐다. 투시 연구원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란 지도부는 오래갈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남은 지렛대를 내려놓길 꺼린다”고 말했다.
이란 내부에선 강경파와 온건파 간 균열이 커졌지만, 지도부는 역내 석유시설 공격과 전쟁 전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방해로 전쟁 비용을 키우는 전략에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번 전쟁이 “새로운 세계 질서의 토대”를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CNN은 이란의 이런 야심이 국내에서 손발이 묶여 해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게 됐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