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회 장악…트럼프發 '가상자산 황금기' 끝나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8일, PM 02:2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워싱턴에서 순풍을 탔던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가 역풍을 맞게 됐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규제가 깐깐해지고,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겨냥한 의회 조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사진=AFP)
(사진=AFP)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은 가상자산 법안과 관련해 더 엄격한 윤리 규정과 소비자 보호 강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 권한 확대를 요구할 방침이다. 공화당 주도 의회에서 업계가 원했던 규제 틀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년간 업계는 워싱턴에서 이례적인 호시절을 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을 국가 우선순위로 내세우는 한편 자신도 가상자산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자체 코인을 출시하고 업계 경영진을 백악관에 초청하기도 했다. 규제당국은 길을 터줬고 공화당 의회도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 이해관계는 업계가 폭넓은 정치적 지지를 얻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지난 9월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칙을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법’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사업이 쟁점이 됐고, 스테이블코인(가치를 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한 가상자산) 보상과 투자자 보호, 은행과의 경쟁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오스틴 캠벨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가상자산 업계의 많은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 일가와 손을 잡았다”며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조사도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사업을 강하게 비판해 온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상원 은행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업이 대통령 직무와 이해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줄곧 부인해 왔다.

애덤 마인하트 하이퍼리퀴드 정책센터 최고정책책임자는 “업계는 새 지도부에 적응하는 동안 적어도 초기엔 방어 태세를 취할 것”이라며 “권한이 커진 위원장들이 본격적인 감독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정치 베팅은 부메랑이 됐다. 2024년 가상자산 로비단체들이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은 낙선 운동에 밀려 패배했던 셰러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이 이번에 오하이오주에서 공화당 존 허스티드 상원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리서치업체 캡스톤은 브라운 당선인이 가상자산 핵심 규제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관할하는 상원 농업위원회 요직을 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가 이미 거둔 성과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연방 스테이블코인법을 폐지하려면 새 법이 필요하고, SEC와 CFTC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가상자산을 기존 금융시장에 편입하는 규칙 마련을 이어갈 수 있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와 정치적 지원에 가상자산 ‘황금기’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여전히 이전 고점을 크게 밑돌고 있다.

보안도 과제다. 최근 바이낸스는 해킹으로 63억달러(약 8조593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피터 앳워터 윌리엄앤드메리대 겸임교수는 “업계는 해킹 소식이 헤드라인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며 “이번 일로 민주당이 안전성과 건전성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규제의 추를 되돌릴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초당적 행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 김 크립토혁신협의회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자산은 언제나 초당적이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 당선된 의원, 다시 돌아온 의원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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