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드니프로의 한 병원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안고 있다. (사진=AFP)
이코노미스트는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출산율이 2020년 1.2명에서 0.8~0.9명으로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2.1명)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상반기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의 3배를 넘었다.
출산 자체도 위험하다. 전선에서 10㎞ 떨어진 크라마토르스크의 알료나는 지역에 운영 중인 산부인과가 없는 데다 합병증까지 생겨, 슬로뱐스크를 거쳐 몇 시간 거리의 하르키우에서 지난달 8일 아들을 낳았다. 같은 날 크라마토르스크에선 러시아군 폭격으로 30명이 숨졌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정부 통제 지역 인구는 약 3700만명에서 2700만~2800만명으로 줄었다. 300만~500만명은 러시아 점령지에 살고, 수백만명이 해외로 떠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사자를 5만명 이상으로 집계했지만 독립적인 추정치는 15만명에 가깝다. 러시아는 아동 2만명 이상을 ‘러시아화’하려고 강제 이송했다.
1991년 독립 당시 인구는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포함해 약 5200만명이었지만, 이후 매년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았고 전쟁이 이 격차를 크게 벌렸다. 2022~2026년 정부 통제 지역 인구 감소율은 23~27%로, 내전을 겪은 시리아(2011~2016년, 16%)보다도 크다. 러시아 인구는 2000~2025년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난민 귀국 의사 43%로 ‘뚝’…“출산율 0.6명까지”
가장 큰 원인은 난민 유출이다. 500만명 이상이 주로 유럽에 살고 있고, 올겨울 러시아의 공습이 거세지면 수천명이 더 떠날 수 있다. 키이우 경제전략센터(CES)에 따르면 귀국 의사를 밝힌 난민 비율은 2022년 말 74%에서 43%로 떨어졌다. 난민 대부분이 아이들과 44세 미만 여성이다. 엘라 리바노바 프투하 인구연구소장은 “우리는 미래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징집과 전사, 불확실성 속에 대부분의 부부가 출산을 미루고 있다. 인구학자 스베틀라나 악쇼노바는 “출산을 미룰수록 아이가 끝내 태어나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5세 미만 남성을 징집에서 면제했지만, 지난해 8월 23세 미만 남성의 출국을 허용한 뒤 수십만명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남은 이들도 상당수는 가정을 꾸릴 생각이 없다.
2년 전 정부 인구 전략은 2030년 소폭 반등을 내다봤지만, 올해 종전과 1991년 국경 회복을 전제로 해 실현이 어려워졌다. 유엔(UN)은 앞으로 20년간 인구가 해마다 0.7~0.9% 줄어 2040년 약 2500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1990~2000년대생이 가장 작은 세대여서 전후 ‘베이비붐’도 어렵다. 악쇼노바는 전쟁이 2030년대까지 이어지면 출산율이 0.6명까지 떨어지고, 출산은 비교적 안전한 서부에 몰려 전선 지역은 인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역에서 폴란드로 향하는 열차에 탄 한 여성이 창밖의 가족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정부는 신생아 1명당 5만흐리우냐(약 150만원)를 지급하고, 첫해엔 매달 7000흐리우냐(약 21만원)를 추가로 준다. 2024년부터 난임 치료비를 지원하고, 군인들은 난자·정자를 무료로 냉동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조금이 평시에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리바노바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출산을 장려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러시아는 이를 반기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 5월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국가의 생물학적 죽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문 안톤 코뱌코프는 지난 9월 “우크라이나에 남은 것은 소멸뿐”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인구 감소를 전쟁 목표로 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손도 부족하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 따르면 노동력 부족 규모는 250만명에 달하지만 등록된 이주 노동자는 약 9500명뿐이다. 정부는 여성·참전 용사·피란민을 먼저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참전 용사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보육 시설 부족으로 여성 경제활동 참여도 크게 늘지 않았다. CES의 흘리브 비실린스키는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데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이를 원하는 이들은 있다. 동부 드니프로 인근에서 복무하는 30대 후반 여군 류드밀라는 지난해부터 난자를 냉동 보관하고 있다. 전쟁 전엔 아이 둘을 꿈꿨지만 이젠 셋을 원한다는 그는 국민 시인 타라스 셰우첸코의 시구를 빌려 “하나는 죽은 이들을 위해, 하나는 산 이들을 위해, 하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을 위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