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인 APR1400 노형으로 지어진 UAE 바라카 원전 4호기 전경. (사진=한국전력)
이 분석대로라면 2050년 세계 원전 설비용량은 2025년(약 400GW)보다 55%가량 늘지만,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발의돼 38개국이 동참한 ‘원전 3배 확대 선언’의 목표치 1200GW에는 581GW 못 미친다.
원전 확대 움직임과 실제 건설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각국의 정책 목표를 포함한 세계 신규 원전 물량은 884.1GW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제 건설 중인 물량은 70.8GW로 전체의 8%에 그쳤다. 중국이 33.2GW로 세계 건설 물량의 약 47%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전체의 건설 물량은 15.5GW로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도 변수다. 세계 가동 원전 설비용량의 약 78%가 OECD 회원국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 국가의 원전 평균 연령은 38년에 이른다. OECD 가동 원전 설비용량의 약 15%인 45GW는 계속운전 허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보고서는 이들 원전이 허가를 받지 못해 설계수명 만료 후 폐쇄되면 OECD의 원전 설비용량이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추가 계속운전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설비용량이 347GW로 현재보다 줄었다. 정책 지원과 SMR 도입을 강화하는 ‘도전적 시나리오’에서도 883GW에 그쳐 목표보다 317GW 부족했다. 기존 원전의 100년 운전 인허가와 대규모 신규 착공, 공장 양산형 SMR 도입을 전제한 변혁적 시나리오에서만 1324GW로 목표를 넘어섰다.
이를 뒷받침할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자금 조달이다. 보고서는 변혁적 시나리오를 실현하려면 OECD 회원국의 원전 관련 연간 자본지출이 지난 10년 평균 120억달러에서 2030년대에는 약 2000억달러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건설 지연과 비용 초과 위험을 민관이 분담하는 금융 모델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과 중국처럼 동일 노형을 정해진 공사 기간 안에 반복 건설하면 OECD 회원국의 누적 자본지출을 24%(약 8500억달러)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공급망과 인력 확보도 시급하다. 보고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OECD 국가에서 매년 최대 25GW의 신규 원전이 착공되고, 동시에 건설 중인 설비용량이 300GW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를 제작할 초대형 단조 설비가 세계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해 병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 인력 부족 역시 해결 과제로 지목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범규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은 “표준화한 노형을 10~20년에 걸쳐 연속 발주해 공급업체의 장기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대학과 직업훈련기관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조선·항공 등 다른 산업의 숙련 인력이 원전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 간 규제 표준 상호 인정과 공급망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