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다시 손잡은 '앙숙' 안철수·이준석…"미래지향점 같다"

정치

이데일리,

2025년 4월 25일, 오후 05:14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정치권에서 ‘앙숙’으로 평가받는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과학기술 패권 경쟁 두고 간만에 손을 맞잡았다. 안 후보는 이 후보에 “당에 과학을 아는 사람이 없다”며 환영 의사를 내비쳤고 이 후보는 “지금껏 못 만난 건 제 잘못”이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선 경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앞 광장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관련 ‘미래를 여는 단비토크’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과학기술 경쟁 심화에…손 맞잡은 ‘공대생’ 安·李

이들은 25일 경기 성남 판교에서 열린 ‘미래를 열린 단비 토크 인공지능(AI) 기술패권 시대 대한민국 미래를 말하다’ 토크쇼에서 이같이 서로 향해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같은 지역구에서 맞붙은 걸 시작으로 2023년 여의도 식당에서 갈등을 빚으며 여의도 내 대표적 앙숙으로 꼽힌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안 후보와 이 후보는 토론회 시작 전 만나자마자 서로 꽉 껴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 현장에는 각자 지지층을 포함해 250여 명의 시민들도 함께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내외적으로 미·중 과학기술 패권 경쟁 등이 심화함에 따라 정치권에서 과학 경쟁력이 높은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토론회 현장에서도 현재 한국은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경쟁력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오늘 이런 모임에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게 된 이유도 지금 대한민국이 위기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정권 교체나 유지 이런 것 아무 소용 없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도 이에 대해 “안 후보와 제가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조금 더 일찍 만나서 이런 논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후회도 한다. 전적으로 제 잘못이다”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들은 국내 AI·반도체 산업 위기가 극복이라는 데에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세부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을 드러냈다. 특히 안 후보는 삼성전자 그룹 등 관련 업계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安 “삼성, 선택과 집중을”…李 “개발 윤리기준 유연화” 주문
그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보면 메모리반도체는 3분의 1에 해당한다”며 “우리는 지금 메모리 반도체에 주로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 잠재 이익은 이제 시스템 반도체에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그런데 지금 문제 중 하나가 대만의 TSMC의 파운더리 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삼성에서 아무리 투자를 하더라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원인 중 하나가 TSMC는 파운더리만 하는 반면, 삼성은 파운더리와 함께 시스템 칩도 만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다른 회사 차원에서는 TSMC보다 삼성이 자신의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더리만 하든지, 아니면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팹리스만 하든지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게 지금의 상황보다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 후보는 AI 개발의 윤리적 책임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해선 안 된다는 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알고리즘을 개발한 사람이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한다면 누가 그걸 개발하려 하겠나”라며 “사업에 투자하려고 한다면 리스크를 알아야 하는데, 사법적 책임이 있다면 누가 개발할 수 있겠나. 한국은 윤리 기준을 다른 나라보다 느슨하게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李 “미래 비전 단일화”…安 “자주 만나자” 화답

토론이 끝난 후 안 후보와 이 후보는 각자를 향한 애정을 재차 드러냈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해 범여권 반(反) 이재명 빅텐트론에 대해서 “전혀 생각이 없다”며 “나라가 죽느냐 사냐의 문제에 있는게 이기는 확률만 높이는 고민만 하는 사람들은 국민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닌가. 저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안 의원과의 단일화에 대해서는 “정치적 단일화는 아니지만 미래지향점에 대해서는 단일화를 이룬 것 같다”며 “미래비전 단일화는 오늘로서 가시화하는 것 아닌가”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안 의원도 토론회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오늘 이준석 의원과의 대화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진짜 토론이었다”며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 의원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자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