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에 앞서 포옹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빅텐트 구성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함께하길 기대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 주요 인사들이 연이어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준석 후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기습 입당과 후보 등록이 있었던 전날 오전, SNS에 “선거에 연속으로 이긴 당 대표를 모욕줘서 쫓아낸 것을 반성할 것은 기대도 안 했지만, 대선 후보를 놓고 동종전과를 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쯤 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를 밀어주기로 밀약한 것 아닌가 궁금하다”고 날을 세웠다. 또 “계엄령으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세력과 그 반사이익에 도취 돼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세력, 그들이 권력을 잡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흑”이라며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경선 탈락 후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같은 날 미국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이준석 후보를 만나 “이번 대선판은 이재명 대 이준석의 양자 구도로 가겠다”며 “잘해서 당선될 수 있도록 하시라”고 당부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미국 출국을 앞두고 배웅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처럼 유력 인사들이 이탈하거나 협조를 거부하면서, 김문수 후보 체제는 본선 전략의 대대적 조정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비민주적 절차에 대한 명확한 사과와 내부 책임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계엄과 탄핵 관련 이슈에 대한 김 후보의 입장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명(反이재명) 빅텐트를 구성하려면 단순한 반명이 아니라, 반윤(反윤석열)에 대한 입장도 함께 분명해야 한다”며 “절차를 훼손한 친윤계에 대한 책임을 묻고, 김 후보가 계엄·탄핵 관련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인사들을 끌어올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열린 본회의에서 대국민 사과를 거부하며 당내 강성 지지층을 결집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만을 유지한다면 외연 확장을 꾀해야 할 반명 연대 전략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김 후보의 당 최종 후보로 확정을 두고 일부에서는 지지 기반을 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번 결과가 “김 후보의 개인 지지보다는 불투명했던 경선 절차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보수 분열을 어떻게 수습하느냐는 김문수 후보의 당면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