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의 안보 역량을 동원해 이를 막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남중국해 분쟁을 거론하며 “중국의 위협은 실재하고 임박했을 수 있다”며, 미국은 인도·태평양을 전략적 최우선 순위로 둘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동맹국에는 국방비 증액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2기 들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은 계속 강조됐지만, 핵심 관료가 이 정도의 ‘선전포고’를 한 것은 처음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사진=AFP)
한국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다. 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인정했듯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의 근간이기도 하다. 또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 문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국가인 데다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교역 파트너이다. 미중 갈등이 여느 때보다 돌출하는 상황에서 두 나라와의 관련도가 가장 높은 국가이자 글로벌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셈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미중 충돌에 연루될 가능성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에 대해서는 대북 억지와 관련한 내용을 잘 설명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해 협력할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최대한 우리의 이익을 얻어내고 중국과의 관계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닌 데다 북한 문제가 늘 돌발적으로 작용하는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예상 외의 변수도 나올 수 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윤석열 전 정부의 ‘가치외교’ 일변도로 ‘균형적 실용외교’가 훼손됐지만 결국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의 상호의존성을 극대화하는 ‘국익 우선의 균형적 실용외교’를 추진할 수 밖에 없다”며 “미중 전략 경쟁의 틀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 등 신흥시장) 등으로 우리의 외교 지평을 넓혀 나가는 것도 해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