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녹음과 증거능력, 어디까지 허용될까?

정치

MHN스포츠,

2025년 6월 05일, 오후 04:35

(MHN 조민서 인턴기자) 교실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로 확보한 발언이 형사재판에서 배제되면서 ‘몰래 녹음’의 법적 한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5일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교사 A씨 사건에서 원심 무죄를 확정하며 “피고인의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며,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에 위배된 녹음”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사건 경과와 핵심 쟁점
사건은 2018년 서울 광진구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시작됐다.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에게 “학교를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돼 있다” 등 말을 한 혐의로 A씨가 고소됐고, 핵심 증거는 학부모가 자녀 책가방 속에 넣은 녹음기로 수업 시간을 통째로 기록한 파일이었다. 

1, 2심은 “아동학대 정황 확인을 위한 정당한 목적”이라며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해 위법수집증거라고 보아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 무엇이 ‘증거’가 되고, 무엇이 배제되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녹음파일)뿐 아니라 이를 전제로 한 진술, 상담 기록 등 2차 증거의 증거능력도 일괄 배제했다. 재판부는 “녹음파일이 수사 개시의 단서이자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단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자녀 사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사건 역시 특수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파일이 핵심 증거였지만, 2심은 증거능력을 부정하며 무죄를 선고했고 검사가 상고하여 대법원에 올라간 상태다.


■ 피해자 측 “입증 막막” vs 사생활 보호론 “위법수집은 단호히 배제”
아동학대나 직장 괴롭힘처럼 은밀히 벌어지는 범죄는 CCTV가 없거나 피해자가 진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피해자·보호자 단체는 “제3자 녹음 외엔 입증 수단이 사실상 없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측은 “음성권은 헌법상 통신‧사생활 비밀 보장의 핵심”이라며 “사적 복제, 편집으로 대화가 왜곡될 위험까지 고려하면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몰래녹음 증거 배제 원칙이 강화되면서 피해자 보호와 사생활 비밀 사이의 균형을 모색할 수 있는 입법·사법적 해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