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표심' 제대로 예측 못한 이유[이택수의 여론 읽기]

정치

이데일리,

2025년 6월 09일, 오전 06:18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틀리기가 맞히기보다 더 어려운 대통령선거 출구조사가 이번에 크게 빗나갔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실제 득표율 보다 더 잡혔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은 덜 잡혔다. 왜 빗나갔을까. 결론은 샤이(Shy) 표심 때문이다.

이번 선거 최종 투표율은 79.4%로 지난 20대 대선보다 더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득표율은 이재명 대통령이 49.42%, 김문수 후보가 41.15%로 집계돼 1·2위간 격차가 8.27%p로 나타났다.

방송 3사는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입소스 3개사에 출구조사를 맡겼는데 종편 포함한 방송사 예측 중 가장 격차가 컸다. 방송 3사 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51.7%, 김문수 후보 39.3%로 예측, 두 후보 간 격차가 12.4%p로 실제 득표율 격차와는 4.13%p나 차이가 났다. 출구조사라고 했지만 사전투표 출구조사 불가 규제 때문에 전화면접 조사와 혼용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우세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실제보다 2.28%p 더 높게 예측했고 열세 후보인 김문수 후보는 1.85%p 더 낮게 예측했다. 전형적인 샤이 열세 표심, 샤이 보수 현상이 나타난 결과다.

종편 방송 JTBC와 채널A도 격차가 있었는데 각각 메타보이스, 리서치앤리서치가 맡아 전화면접 조사로 실시했다. JTBC-메타보이스 조사는 실제 득표율 격차와 2.9%p 차이가 있었고, 채널A-리서치앤리서치 조사도 실제 1·2위 득표율 격차와 3.9%p의 차이를 나타냈다. 양 조사 모두 1만 명 이상을 표본으로 한 대규모 조사였는데도 격차가 컸다.

예측 조사의 형태는 아니었으나 선거일 직전 3000명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방송인 김어준이 설립한 여론조사꽃의 조사도 실제 1·2위 격차와 7.5%p 차이를 보였는데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은 잘 맞았으나 김문수 후보 표심은 잘 안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샤이 보수 표심을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역시 전화면접 조사였다.


반면 유일하게 전화면접 조사 방식이 아닌 자동응답방식(ARS)으로 조사한 리얼미터는 이재명 대통령이 50.1%(47.9∼52.3%), 김문수 후보 41.5%(39.3∼43.7%)로 예측, 1·2위간 격차 8.6%p로 실제와 불과 0.33%p 차이로 가장 정확했다.

이러한 차이는 서두에 언급한 샤이 표심 때문이다. 이번 방송 3사 출구 조사는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에서 투표한 유권자 8만 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0.8%p였다. 이 조사에 16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는데 문제는 사전투표는 출구조사를 하지 못하는 선거법 때문에 1만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로 시행했다는 사실이다.

과거 출구조사도 비밀투표 방식이 아닌 면접원이 구두로 투표자에게 직접 어느 후보를 찍었는지 물었을 때 샤이 표심이 많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오차가 크게 발생하자 모의 투표함에 투표지를 직접 넣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정확도를 높였다. 이번에 사전투표를 한 34% 가량의 유권자들에게 출구조사 방식으로 조사를 못하고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즉 직접 처음 통화하는 면접원이 생판 모르는 유권자에게 지지후보를 물으니 샤이 표심을 잡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반면 자동응답방식은 처음 통화하는 면접원에게 지지후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기 버튼을 누르는 비밀투표 방식이기 때문에 샤이 표심을 잘 잡게 되는 것이다. 이번 리얼미터의 자동응답방식 조사에서 열세 후보인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을 가장 정확하게 맞춘 이유다. 더구나 컴퓨터로 조사하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들어 이번 조사는 1000만원 예산으로 수행했다.

비싼 게 반드시 고급은 아니고 정확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여론조사다. 여론조사도 가성비 시대다.